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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앞에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아니라 ‘방송’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인가?

 

극우화, 난민 유입,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으로 정신없는 와중에도 유럽연합 의회는 2024년 세계 최초의 포괄적 인공지능 규제법인 ‘유럽연합 인공지능법’(EU Artificial Intelligence Act)을 가결해 2026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건강 논란에 시달리는 노구의 바이든 대통령조차 2023년 ‘AI 행정명령’을 발령해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인공지능의 이용과 발전을 위한 정책과 원칙의 기초를 놓았다.

 

우리나라 제22대 국회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는 총 6개의 AI 기본법안들이 계류 상태에 있다. 안철수 의원 등 12인이 발의한 ‘인공지능 산업 육성 및 신뢰 확보에 관한 법률안’, 정점식 의원 등 108인이 발의한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안, 민형배 의원 등 13인이 발의한 ‘인공지능기술 기본법안’, 권칠승 의원 등 15인이 발의한 ‘인공지능개발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안’ 등이 그것이다.

 

현재 발의된 인공지능 법안들의 내용이 타당하다거나 충분하다는 것은 아니다. 내용이 뭐라도 좋으니 일단 기본법은 통과되어 있어야 고쳐나갈 수라도 있지 않느냐는 생각도 단정하지는 못하겠다. 그러나 여야가 인공지능 법 정책을 두고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토론해야 한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많은 사람들이 보기에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을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분야는 인공지능이지, 방송은 아니다.

 

하지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지금 정신이 없는데, 방송전쟁을 하느라 정신이 없다. 현 정권은 방송통신위원회장을 연이어 바꾸고 있는데, YTN을 민영화했듯이 MBC도 민영화할 의도가 있다고 한다. 야당이 두고 볼 수 없는 일이다. 한편, 민주당은 당론으로 방송4법(방송3법과 방송통신위원회법)을 추진하고 있다. 방송3법 개정안은 공영방송 KBS, MBC, EBS의 사장 선출의 룰을 바꾸자는 것이 골자이고, 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은 합의제 기구라는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위원 5명 중 3명이 공석인데도 불구하고 정책이 결정되고 집행되는 희한한 일을 막도록 규칙으로 정해 놓자는 것이 요지다. 이것은 여당이 두고 볼 수 없는 일이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구성원 중 다수가 여야 불문 방송계/언론계 출신으로, 방송정책에 탁월한 전문성과 불타는 열의가 있는 분들이니, 이 모든 사안에 대해 끝장토론을 해서라도 시시비비를 정리해 놓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 와중에 인공지능에 대한 논의가 충분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논술시험의 응시자가 헷갈리지 말아야 할 것은 각 문항의 ‘배점’을 고려해 ‘시간’을 안배해야 한다는 것이다. 배점이 낮은 문제에 대해서는 너무 잘 알아서 출제자보다도 완벽한 답안을 쓸 수 있지만, 배점이 높은 문제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고 답안을 어떻게 작성해야 할지 막막하더라도, 아는 문제만 열심히 풀게 되는 경향을 억누르고, 모르는 문제에도 시간을 안배해야 한다.

 

지금 우리 국회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법 문제에만 답안을 작성하느라 너무도 바쁜 나머지 인공지능법 문제는 답안 작성을 시작조차 못 하는 형국이다.

 

여러 전문가들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방송’을 분리해 별도로 논의하고, ‘과학기술’, ‘정보’, ‘통신’에 대한 논의를 제발 더 많이 하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과학기술 정책 영역에서 ‘AI 기본법’만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한 문제는 아니다. NASA를 따라 만든 ‘우주항공청’도, 일본이 노린다는 ‘라인야후 사태’도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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