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축 아파트 사전점검에서 외부인의 출입을 금지하는 시공사들의 방침이 논란을 빚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조치가 법적으로 명확한 위반은 아니라고 지적하지만, 입주 예정자들은 하자 검수를 위해 전문업체의 동행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제도 개선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춘천 학곡지구의 한 아파트 시공사는 예비 입주자들에게 보낸 사전방문 안내문에서 '계약자 및 직계가족 이외 외부인 출입은 절대 불가'라는 규정을 명시했다. 또한 외부인 동반 점검으로 하자 접수 시 A/S 요청이 불가능하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이에 대해 입주 예정자들의 민원이 춘천시 홈페이지에 다수 제기됐고, 춘천시는 시공사에 행정지도를 내렸지만 이는 강제성이 없는 권고 수준이어서 시공사는 여전히 외부인 출입을 허용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사례는 춘천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지난 6월 경기도 양주시와 충남 천안시의 신축 아파트에서도 외부인의 사전점검 동반을 금지하는 내용의 안내문이 배포됐다.
아파트 사전점검은 입주 예정자들이 직접 하자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절차다. 그러나 비전문가가 모든 하자를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입주 예정자들 사이에서는 전문업체를 통해 철저한 검수를 받으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신축 아파트의 하자 신고 건수가 급증하면서, 입주민들의 불안감은 커져만 가고 있다. 2010년 69건이던 신축 아파트 하자 신고는 2021년 7686건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공사들이 외부인 출입을 막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크게 두 가지를 꼽는다.
첫째는 하자 발견 시 발생할 수 있는 책임을 줄이기 위해서다. 전문가가 함께 점검하면 더 많은 하자가 발견될 가능성이 높고 이는 시공사에 추가적인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둘째는 준공 지연을 막기 위해서다. 하자 보수 기간이 길어지면 입주가 늦어지고, 이는 시공사의 평판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행 주택법은 입주 예정자에게 사전점검 기회를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동반인에 대한 명확한 규정은 없다. 따라서 시공사가 외부인 출입을 제한하더라도 법적으로 이를 위반한 것으로 간주하기는 어렵다.
전창훈 법무법인 진성 변호사는 "주택법상 사전점검의 기회를 입주예정자에게 부여하도록 되어 있지만 분양됐다고 하더라도 잔금 지급 전까지 건축물의 관리권한은 시행사에 있어 구체적인 출입 가능 인원 등을 정할 수 있는 것은 시행사"라며 "일단 법률상으로는 입주예정자가 들어가서 볼 수 있도록 하면 되는 것이기에 사전점검 업체의 출입을 막는 것이 불법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법적인 모호성을 악용한 시공사들의 입장은, 사전점검 과정에서 불필요한 분쟁이나 책임을 피하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입주 예정자들은 전문적인 점검을 받지 못할 경우 더 큰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커, 양측 간의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 입주 예정자는 "소중한 돈 주고 산 집인데, 하자투성이 집을 떠안을까 봐 너무 불안하다"며 "사전점검 제도를 개선해서 입주민의 권리를 보장해야 하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강력한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