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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의 수행성을 탐구하다…2024 백남준아트센터 기획전: NJP 커미션 ‘숨결 노래’

동시대 예술가들의 작품 통해 미술관의 역할과 방향성 제시하는 전시
앤 덕희 조던, 에글레 부드비티테, 우메다 테츠야, 최찬숙 작가 6작품 전시
12월 15일까지 백남준아트센터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단절의 공간이 된 미술관이 ‘수행성’과 ‘실천성’에 대해 고민한다. 미술관이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고 관객들을 어떻게 연결시킬지 답을 찾는 과정은 미술관 전체로 확장된다.

 

용인 백남준아트센터에서 미술관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2024 백남준아트센터 기획전: NJP 커미션 ‘숨결 노래’가 진행 중이다. 동시대 예술가 앤 덕희 조던(Anne Duk Hee Jordan), 에글레 부드비티테(Eglė Budvytytė), 우메다 테츠야(Tetsuya Umeda), 최찬숙(Chan Sook Choi) 네 작가가 기계 조각 설치, 사운드 설치, 퍼포먼스, 비디오 총 6작품을 전시·수행한다.

 

앤 덕의 조던은 ‘인공 어리석음(artificial stupidity)’을 주제로 기계와 인간의 관계를 탐구한다. 백남준에게 영감을 받은 커미션 작품 ‘앞으로 다가올 모든 것을 환영한다’로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며 기계 언어의 해체를 보여준다.

 

이 작품은 LED조명과 피아노 퍼포먼스 사운드가 삽입된 피아노, 컴퓨터, 실리콘 손, 바닥에 물이 담긴 수조는 정교한 센서로 연결돼 있어 관객이 다가오면 피아노 연주가 시작된다. 수조에 비친 피아노의 이미지가 깨지는 모습으로 정형화된 기계 언어의 해체를 말한다.

 

 

에글레 부드비티테는 인간의 원초적 몸짓과 목소리를 통해 사회적 통념을 전복한다. 영상 작품 ‘퇴비의 노래: 변이하는 몸체, 폭발하는 별’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말한다. 리투아니아 쿠로니안 스핏의 소나무 숲과 모래 언덕에서 네 발로 기거나 등으로 미끄러지는 인간은 새로운 생명을 맞이하거나 쇠퇴와 죽음으로 이르는 순환의 과정을 보여준다.

 

그의 작품 ‘실려서 가고, 뒤에서 끌려가는’은 한국 퍼포먼스들과 함께 ‘끌기’라는 행위에 내포된 권력과 폭력을 고발하고 거대한 트램펄린 위에서 펼쳐지는 퍼포먼스 ‘송 싱 소일’은 흙과 퇴비, 땅을 상징하며 생명의 순환을 의미한다.

 

 

장소 특정적 사운드-설치와 퍼포먼스로 작업하는 우메다 테츠야는 백남준아트센터의 모든 공간을 탐험하는 미술관 투어 퍼포먼스 ‘물에 관한 산책’을 선보인다. 1층 수조, 지하 관리실, 엘리베이터, 관장실, 사무실, 계단, 미술관 담벼락, 야외 공원 등을 안내자를 따라가며 탐험하는 퍼포먼스는 알지 못했던 미술관을 친근하고 흥미롭게 다가가는 기회가 된다.

 

백남준아트센터의 대표 소장품 ‘TV정원’, ‘TV 물고기’, 백남준의 뉴욕 작업실 아카이브 ‘메모라이빌리아’는 작가의 연출에 따라 다른 면모를 보여주며, 이번에 처음 공개되는 백남준아트센터의 백스테이지는 전시장 외의 미술관의 공간을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최찬숙은 동시대 사회적 문제를 예술적으로 실천하는 방법을 연구한다. 물리적 이동과 정신적 이주에 대한 서사를 탐구하는 ‘더 텀블’과 ‘더 텀블 올 댓 폴’은 바람이 불면 스스로 절단면을 만들어 뿌리에서 떨어지며 이동하는 회전초의 삶에 영감을 받아 제작됐다. 신성한 땅과의 교감, 이주, 영적 장소를 지키기 위한 투쟁과 연대를 탐구한다.

 

12일 백남준아트센터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박남희 백남준아트센터 관장은 “이번 전시는 물질적인 커미션보다 100만 백남준의 예술정신을 커미션한다는 것이 맞을 것 같다”며 “실험적이고 도전적이고 새로운 것을 갈망하는 백남준의 예술정신은 모든 사물과 사람의 평등함과 평화의 가치를 전한다”고 소개했다.

 

 

네 작가의 작품 세계를 통해 미술관은 ‘전시’를 위한 공간이 아닌 삶을 소통하고 교감하는 장소라는 것을 말하는 이번 전시는 12월 15일까지 계속된다. 우메다 테츠야의 퍼포먼스는 10월 4일까지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20분 간격으로 하루에 총 6회 투어를 진행한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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