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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코너] 지젤 펠리코(Gisèle Pelicot)

 

지젤 펠리코는 50년을 함께한 남편과 살던 평온한 삶이 2020년 말 산산조각 나는 충격적인 진실을 알게 되었다. 남편 도미니크는 몰래 여성들을 촬영하다 경찰에 체포되었고, 그의 컴퓨터와 휴대폰을 조사하던 경찰은 수천 개의 범죄 영상을 발견했다.

 

지젤이 의식을 잃은 사이, 도미니크는 인터넷으로 남성들을 불러 아내를 성폭행하도록 했고, 그 장면을 수십 번 촬영한 것이다.

 

도미니크는 아내에게 신경안정제를 투여한 후, 72명의 남성과 함께 92차례에 걸쳐 범죄를 저질렀다. 소방관, 교도관, 언론인 등 다양한 직업의 남성들이 가담했다. 남편이 촬영한 범행 영상은 무려 2만 개에 달하며, 딸과 며느리를 몰래 촬영한 영상도 있었다.

지젤은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된 당일을 언급하며 “내 세계가 한꺼번에 무너져 내렸다. 함께 세 아이를 낳고 키우고 손주 일곱을 보며 남편과 함께 이룩한 모든 게 산산조각이 났다” 고 말했다.남편이 아내를 성폭행할 남성들을 모집하는 채팅방에 들어왔다가 성범죄라는 사실을 깨닫고 그의 지침을 거부한 사람은 단 2명에 불과했다. 다만 이들도 경찰에 남편의 범죄 행각을 알리지 않았다.

 

필자는 해당 사건에 대해 배우게 되면서 최근 인스타그램과 틱톡을 비롯한 해외 SNS에서 논란이 된 질문 하나가 떠올랐다: “숲속에 곰과 갇히는 게 낫냐, 낯선 남자와 갇히는 게 낫냐?” 놀랍지 않게도 대부분의 여성들이 “곰”이라고 답했으며, 흥미로운 점은 남성들 또한 자신의 딸을 가정했을 때 같은 답변을 내놓았다는 점이다.

 

남자들에겐 이 단순한 질문이 농담처럼 들릴 수 있지만, 그 답변은 현대 사회에서 여성들이 경험하는 깊은 불안을 여실히 드러낸다.

 

여성들이 "곰"을 선택하는 이유는 단순히 극단적인 농담 이상의 깊은 사회적, 심리적 의미를 담고 있다. 곰이라는 위험 요소는 육체적 위협을 상징하지만, 그 위협의 성격은 직관적이고 본능적으로 명확하다.

 

곰은 공격할 수도 있지만, 그 의도는 예상 가능하며 특정한 행동 패턴을 따른다. 이에 비해 낯선 남성은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로 다가온다. 사회적으로 여성들이 낯선 남성에게서 느끼는 불안은 단순한 낯섦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그와 연관된 여러 잠재적 위험과 역사적 경험에서 비롯된다.

 

지젤 펠리코 사건과 같은 충격적인 사례만 봐도 곰이라는 대답은 단순한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남성이 사랑하는 사람조차 이용해 충격적인 범죄를 저지를 수 있음을 보여주며, 신뢰의 기반을 뒤흔든다.

 

여성들이 곰을 선택하는 이 현실을 마주했을 때, 우리는 단순히 성별 갈라치기나 일반화의 문제로 논쟁을 벌일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자리한 더 깊은 문제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 

 

여성들이 끊임없이 불안과 경계를 느끼는 상황은 단순히 과장된 두려움이 아니라, 남성들의 행동과 그로 인한 사회적 패턴이 얼마나 깊게 자리 잡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문제의 핵심은 남성들의 행동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데 있으며, 그 행동의 패턴이 바뀌지 않는 한 여성들의 불안은 결코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스스로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과연 남성들이 그들의 행동에 책임을 지고, 진정한 변화를 위해 서로를 꾸준히 견제하며 사회적 변화를 만들어낼 준비가 되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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