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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남은 실손보험 전산화, 과제 산더미…용두사미 우려

병원 참여율 50% 미만…당장 가능한 곳은 3%뿐
민원 부담·의료정보 유출 우려에 의료계 참여↓
'연결고리' EMR 업체도 비용 부담에 소극적

 

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의 시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쌓여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의료기관 및 EMR(전자의무기록) 업체의 참여가 저조해 시스템 구축에 차질이 생길 수 있는 만큼, 금융당국이 앞장서서 관계기관에 협조를 구하고 합의점을 도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 25일부터 30개 이상의 병상을 갖춘 병원 등 요양기관을 대상으로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가 시행된다.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는 요양기관(병·의원, 약국)이 보험청구에 필요한 서류를 보험사에 바로 전송할 수 있도록 전산화하는 제도다. 

 

본격적인 시행까지 한 달 가량 남았지만 의료기관의 참여율은 현저히 낮은 편이다. 전산화 대상인 7725곳 중 현재까지 참여를 확정한 곳은 3774곳(48.9%)뿐이며, 당장 다음 달부터 전산화를 시행하는 곳은 283곳(3.7%)에 그친다. 100개 이상의 병상을 갖춘 종합병원과 상급병원의 참여율은 높지만, 중소형 병원이 참여를 꺼리는 탓이다.

 

보험금 청구 및 지급 관련 민원 우려가 저조한 참여율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보험사에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을 경우, 소비자의 민원이 병원으로 몰릴 수 있다는 것. 또한 전송 과정에서 의료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점도 걱정하고 있다.

 

국회도 '2024 국정감사 이슈분석' 보고서에서 "요양기관에서 환자의 의료정보를 전송대행기관에 전송하는 과정에서 환자의 민감한 의료정보의 유출, 해킹, 전산시스템 오류 등으로 인한 정보의 유출, 의료정보를 다루는 직원 등에 의한 정보의 악용 등 불법행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의료기관의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반드시 협력해야 하는 EMR 업체의 태도 또한 소극적이다. 이들은 진료기록을 데이터베이스화하는 등 병원의 환자진료나 검사정보를 관리하며 의료기관과 전송대행기관(보험개발원) 사이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보험개발원은 1200만 원 가량의 개발비와 별도의 확산비, 유지보수비를 지원할 예정이지만 EMR 업체는 비용이 낮게 책정됐다는 입장이다. 현재까지 참여 의사를 밝힌 EMR 업체는 10여 곳에 불과하다. 

 

금융위원회는 인센티브 도입을 검토하는 등 달래기에 나섰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지난 12일 EMR 업체, 보험업계 등과 간담회를 갖고 "병원은 청구대행 업무를 수행하지 않으므로 행정부담이 없다"며 "복지부에서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에 참여하는 요양기관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의 공익적 성격을 감안해 의료계가 참여를 적극 고려해 주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전산 청구가 가능한 서류의 범위가 제한된다는 점도 문제다. 보험업법에 따라 전산으로 청구할 수 있는 서류는 계산서, 영수증, 세부내역서, 처방전 등으로 한정된다. 만약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 심사 과정에서 진단서나 입·퇴원확인서 등을 요구할 경우 소비자는 직접 서류를 떼 제출해야 한다. 전산을 통해 보험금 청구 절차를 진행해 소비자의 편익을 제고한다는 전산화의 취지와 거리가 멀어지는 셈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제출 의무 서류를 확대하기 위해 의료계와 논의 중이지만 현행법에 명시된 서류도 과도해 진전이 없는 상황"이라며 "시스템 구축부터 유지 비용까지 모두 보험업계가 부담하는데 오로지 소비자를 위한다는 생각으로 임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업권별 이견이 뚜렷해 조율해야 하는 것들이 많은 만큼, 금융당국이 제도 안착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앞서 보험업권과의 간담회에서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는 보험법 개정을 통해 이뤄낸 '국민과의 약속'"이라며 "시행기한이 정해진 만큼 직접 챙기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정책 추진 과정에서 합의점이 도출되지 않으면 실질적인 성과 없이 논의만 계속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정부와 관계 당국이 원활한 협의를 이끌어내는 게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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