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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불 들어온 보험사 M&A 시장…새 주인 찾기 '삐그덕'

예보, MG손보 입찰제안서 마감 연기
메리츠 유력하지만 노조 반발이 변수
우리金, 금감원 검사에 동양·ABL 인수 난항
롯데손보는 과도한 몸값이 걸림돌

 

예금보험공사(이하 예보)의 MG손해보험 수의계약 전환과 우리금융그룹의 동양·ABL생명 인수를 계기로 활기를 띠는 듯했던 보험업계 인수합병(M&A) 시장에 찬물이 뿌려졌다. 각각 다른 변수로 인해 인수 작업이 순탄치 않게 흘러가고 있어서다. 이에 현재 시장에 남아있는 매물들의 새 주인 찾기가 더욱 늦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예보는 지난 24일로 예정된 MG손보의 수의계약 입찰 제안서 마감일을 다음달 2일로 미뤘다. 추석 연휴로 인해 서류 등 준비시간이 부족해 일부 원매자들이 일정 연기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부터 세 차례에 걸쳐 MG손보의 공개매각을 추진해 온 예보는 최근 방식을 수의계약(경쟁 없이 임의로 상대를 선정해 체결하는 계약)으로 전환해 매각 절차를 이어가는 중이다. 현재 메리츠화재와 사모펀드인 데일리파트너스, JC플라워 등이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메리츠화재를 유력한 인수 후보자로 꼽고 있다.

 

하지만 MG손보 노조 측이 고용승계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메리츠화재의 인수를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메리츠화재는 MG손보의 우량자산을 선별적으로 인수하는 P&A(자산부채이전) 방식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 경우 전체 직원의 고용승계가 보장되지 않는다. 노조는 메리츠화재 본사 등에서 시위를 이어가는 중이다.

 

우리금융이 진행 중인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인수 작업도 차질을 빚고 있다. 지분 인수를 앞두고 금융당국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금융감독원이 지난 24일 사전검사를 시작으로 정기검사에 나서면서 이 절차가 밀리게 됐기 때문이다. 정기검사 결과 우리금융이 경영실태평가에서 3등급 이하를 받게 되면 인수 자체가 불발될 수 있다. 

 

앞서 김해지점에서의 횡령사건과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에 대한 부당대출 사건이 적발된 만큼, 금감원은 이번 검사를 통해 우리금융의 적격성 등을 꼼꼼히 살필 방침이다. 우리금융은 성대규 전 신한라이프 대표이사를 동양·ABL생명 인수추진단장으로 영입했다. 금융당국이 보험사 인수 과정을 두고 불편함을 내비쳤던 만큼, 관(官) 출신인 성 전 대표를 영입해 금융당국과 원활한 소통을 이어 나가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의 이번 보험사 M&A 건은 연내 이뤄지기는 힘들 것"이라며 "M&A가 무산될런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지만, 최종 성사 여부를 떠나서 안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우량매물로 꼽히는 롯데손해보험의 경우 매각가가 발목을 잡는다. 대주주인 JKL파트너스가 원하는 매각가는 2조~3조 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는데, 롯데손보의 시장 지위 등과 비교해보면 과하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특히 롯데손보와 규모가 비슷한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인수가격이 1조 5493억 원이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희망가가 뻥튀기됐다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롯데손보는 현재 상시 매각체제로 전환된 상태다. 본입찰 참여와 관계없이 투자자가 접촉해 매각을 협의하고 가격 등을 비롯한 여러 조건이 맞춰지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다는 것. 하지만 JKL파트너스가 높은 수준의 매각가를 고집할 경우 매각 가능성은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롯데손보의 경우, 손보업 강화가 필요한 일부 금융지주들이 나설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 있지만, 문제는 가격"이라며 "뿐만 아니라 그룹사와의 시너지 여부 등 고려할 요소가 많아 섣불리 판단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처럼 저마다의 이유로 인수 과정이 삐그덕거리면서 보험업계의 M&A 시장이 다시 침체되고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당장 물꼬가 트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만큼, 최종 M&A 성사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것.

 

또 다른 보험엄계 관계자는 "현재 남은 보험사 매물이 저마다의 걸림돌이 있어 인수·합병이 쉽진 않아 보이나 비은행 부문이 약한 금융지주는 관심을 가질 여지가 충분하다"며 "시간은 좀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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