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15년 만에 재추진한 녹색재단 설립이 또 다시 좌절됐다.
13일 시에 따르면 인천연구원에 녹색재단 설립 방안을 찾기 위해 신청한 정책연구과제가 최종적으로 선정되지 않았다.
당초 시는 올해 하반기부터 인천연구원을 통해 녹색재단 설립을 위한 정책연구에 나설 계획이었다.
녹색재단은 시가 추진하고 있는 여러 환경사업 등을 총괄 운영하는 재단법인이다.
현재 시는 정부 목표보다 5년 앞선 ‘2045 탄소중립’ 선언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과 기업 및 산업단지 소비 전력 100%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RE100’ 등 다양한 환경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무엇보다 인천은 수도권매립지 사용 종료와 자원순환센터(소각장) 확충, 영흥화력발전소 폐쇄 등 굵직한 환경정책도 산적한 상황이다.
이에 시는 직접 담당하고 있는 환경정책을 보다 전문적이고 안정적으로 추진할 필요성을 느끼고 15년 만에 다시 녹색재단 설립을 추진하게 됐다.
여기에 민간환경단체에 위탁해 운영하던 보조사업까지 녹색재단에서 직접 맡아 운영한다는 계획도 넣었다.
하지만 올해 4월 정책연구과제를 신청한 지 한 달여 만에 인천연구원으로부터 연구 진행 불가라는 답변을 받았다.
재단 설립부터 운영까지 천문학적인 예산 마련 방안을 찾기 어렵고, 시에서 담당하던 정책을 재단법인이 운영할 경우 따라올 부작용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 녹색재단에서 보조사업까지 맡게 되면 환경단체의 반발은 불 보듯 뻔해 이를 무시하기도 어렵다.
시는 인천연구원 연구 결과를 필두로 설립 추진에 동력을 얻을 방침이었지만 결국 첫 단추부터 꾀지 못한 상황에 직면했다.
이 같은 문제는 녹색재단 설립을 처음 추진했던 2009년에도 붉어진 바 있다.
당시 시는 환경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들과 푸른인천가꾸기시민협의회·하천살리기추진단 등의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실무단 준비위원회 구성 절차를 밟았다.
하지만 사업비만 1000억 원이 드는 데다 이를 기부금 형식으로 민간기업 등을 통해 마련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논란에 휩싸였다.
이때도 환경단체가 설립을 극구 반대해 결국 첫 삽을 뜨기도 전에 전면 백지화됐다.
시 관계자는 “정책연구과제로 선정돼야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는데 실패했기 때문에 더 이상 진행된 것은 없다”며 “여러 현실적인 문제로 설립 추진은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인천 = 박지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