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은행권의 대출금리 인하를 둘러싼 금융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증가세를 경계하고 있는 데다 기준금리 인하가 시장금리에 선반영돼 당장 체감할 만한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1일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하했다. 1%대로 떨어진 물가상승률과 내수 부진, 미국의 통화정책 기조 전환 등 대내외적 경제 상황을 고려한 조처로 풀이된다.
하지만 은행권의 대출금리는 당분간 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이날(11일) 기준 혼합형 주담대(은행채 5년물 기준) 금리는 연 3.99~5.78%로, 3개월 전(7월 19일)보다 하단이 1.15%p 높아졌다.
대다수의 시중은행은 당장 대출금리를 내릴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압박이 강한 만큼, 기준금리가 낮아졌다고 곧바로 대출금리를 인하하기 어렵다는 것.
한 은행권 관계자는 "대출금리를 단기간에 하향 추세로 전환하기는 어렵다"면서 "은행 입장에서는 기준금리 인하로 인한 집값 상승 기대감과 대출 증가가 가계부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에서 이를 관리하기 위해 대출금리를 올리거나 강화된 대출 규제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가계대출 증가 폭은 전월보다 줄었지만, 여전히 대규모의 신규 대출이 실행되고 있어 안심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금융권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은 6조 9000억 원으로 전월(8조 5000억 원)보다 1조 6000억 원 줄었다.
게다가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만큼 집값 상승 기대감에 불이 붙어 대출이 다시 급증할 수 있다. 한은이 지난달 26일 공개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0.25%p 낮아지면 1년 이후 전국과 서울의 주택 가격 상승률은 각각 0.43%p, 0.83%p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9월 가계대출이 줄었지만 금융안정이 확인됐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경계감을 드러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도 기준금리 인하 이후 각각 회의를 열고 가계부채 관리에 긴장을 늦추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권대영 금융위는 사무처장은 이날 가계부채 점검회의에서 "금융권이 연초 수립한 자체 가계대출 경영목표를 준수하기로 한 만큼 개별은행 상황에 맞는 세심한 여신심사 기준을 통해 남은 3개월 동안 가계부채 관리에 만전을 기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같은 날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통해 "가계부채가 금리 인하에 따라 주택가격 상승 기대감 등으로 언제라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가계부채 위험이 지속되는 경우, 필요한 감독 수단을 모두 활용해 적기에 과감히 실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등 철저한 관리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시장에 선반영됐다는 점도 당장 금리를 낮추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변동형 주담대 금리의 산정기준인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는 지난 8월 전월 대비 0.06%p 떨어지며 3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고정형 주담대 금리의 지표로 쓰이는 금융채 5년물 금리는 미국 연준의 매파적 발언의 영향으로 1주일 새 0.16%p 올랐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오른 시장금리를 반영해 대출금리를 오히려 올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게다가 가계대출 총량 관리 압박이 강한 만큼 기준금리가 내렸다고 대출금리를 바로 낮추기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