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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호의 한반도 리뷰] 보다 강력해진 트럼피즘이 온다

 

미국의 제47대 대통령으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었다. 예상과 달리 경합주 일곱 곳을 모두 쓸어담았다. 2020년 당시 조 바이든이 확보했던 306명을 상회하는 312라는 숫자는 2기 트럼프 행정부에게 강력한 동력이 될 전망이다.

 

2016년 바람처럼 등장한 트럼피즘(Trumpism)은 1기 행정부 당시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며 경우에 따라 고립주의와 개입주의 사이를 오가며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에게 ‘불확실성의 공포’를 과시한 바 있다. 8년간 한층 더 양극화된 미국인들은 2021년 국회의사당 점거 폭동 사주와 하원의 탄핵 결정에도 아랑곳 않고 트럼피즘을 재소환했다. 트럼프는 미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정치운동으로 규정한 이번 대선 슬로건으로 ‘Make America Great Again’를 내세웠다. ‘정치적 올바름(PC)’을 배격하고 설득이 아닌 자극을 기반으로 한 지배적 리더십으로 승리방정식을 완성했다. 자유무역과 세계화를 앞세웠던 전통적인 공화당원들은 약탈적 관세를 묵인하고 반세계화 정서인 미국 우선주의를 지지하고 있다. 확장세의 트럼피즘은 이제 일시적 현상이 아닌 미국 정치의 새로운 문법과 규범으로 자리잡고 있다. 과감한 대외 정책에 제동을 걸었던 트럼프 1기 외교·안보라인도 2기 트럼프 내각에서는 비서실장으로 지명된 수지 와일스와 같이 보다 충성도 높고 규율잡힌 트럼피즘 지지인사들로 중용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한반도에 미칠 파급력이다. 2018년, 남북미가 연출한 한반도의 봄은 이듬해에 또 다른 봄을 잉태하지 못하고 되려 악화된 상황을 맞이하였다. 세 차례 북미 정상간의 만남과 28회차에 달하는 친서정치는 트럼프였기에 가능했지만, 결국 개인과 정치적 리스크를 안고 있던 트럼프였기에 실패했다. 당시 한국 정부는 공은 미국이 가져가고 우리는 평화만 챙기겠다며 운전자 역할을 자임했지만 결국은 목적지 도달하지 못했고 운임 정산도 없이 양측에서 쓴소리만 듣고 말았다. 이제 한반도는 말폭탄을 넘어 군사적 충돌이 우려되는 상황에 놓여 있다. 트럼프의 변칙 외교에 다시금 국운을 걸기에는 남북미가 처한 안보 환경과 각자의 셈법도 달라졌다. 첫째, 북한은 러-우 전쟁을 계기로 북러군사협력의 수준과 함께 잠재적 협상 테이블에서 자신들의 몸값을 격상시켰다. “조미수뇌들 사이가 좋다고 해도 미국은 우리를 거부하고 적대시하게 되어있다”는 김여정 부부장(2020.7.10 중통)의 논조에서 달라진 것이 없다. 둘째, 미국의 대북 관여는 대만해협을 둘러싼 중국과의 갈등과 러-우, 이-하마스 두 전선을 상대하면서 워싱턴의 우선순위에서 더욱 멀어졌다. 셋째, 한국 정부는 한미일 진영외교에 편승하며 한반도 주변국과 안보차원의 신뢰는 높여왔던 반면, 평화적 해법에 관한 대북 레버리지는 현저히 축소되었다. 이 같은 환경에서 2기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초기, ‘두 전선의 종식’ 공약이 소기의 성과를 거둘시, 보호무역주의 강화 차원에서 미중 무역갈등을 본격 재점화시킴과 동시에 한미 방위비분담금 재협상을 본격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 정부는 과도한 분담금 인상 요구에 대해 미국산 무기수입 등 한국의 전통적 기여도에 대한 수치를 제시해가며 합리적 결과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하노이 노딜로 높아진 협상간 허들을 고려할 때 트럼프 2기 행정부 이후 북미는 상호 섣부른 접촉보다 일종의 탐색차원의 허니문기를 필요로 할 것이다. 경우에 따라 트럼프-김정은 간 ‘친서정치’가 복원되고 비용절감 차원에서 안보의 거래적 형태를 동반할 수도 있으나, 관건은 북미 외교 사이에서 한국이 패싱당하지 않도록 외교적 역할과 공간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복합위기의 시대, 태평양 건너 트럼피즘의 귀환은 우리에게 경제안보 차원의 불가측성을 예고하고 있다.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교차하는 지전략적(geo-strategy) 단층지대인 한반도에서 변화된 환경에 따른 출구전략의 모색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이다.이미지 위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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