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천 주요 SOC(도로·철도) 사업의 상당수의 집행실적이 부진한 것으로 드러나 실망을 던지고 있다. 지금처럼 실 집행실적이 부진해 상당한 규모의 예산이 이월되면 당연히 내년도 사업들도 연달아 차질을 빚을 개연성이 높아진다. 브레이크 효과의 도미노 현상으로 인한 주민 불편 연장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예산확보에만 신경을 쓰고 사업관리는 소홀히 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SOC 집행의 동맥경화 고질병은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
경기신문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내년도 예산안 예비심사검토보고서를 통해 경기·인천 주요 SOC 사업의 집행률을 살펴본 결과 평균 50% 이하의 집행률을 보이는 수준의 한심한 실적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고속도로, 국가지원지방도(국지도), 고속철도, 일반철도 사업 중 집행률 0%인 경우가 수두룩해 오직 예산확보에만 신경을 쓰고 사업관리는 소홀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올해 9월 말 기준 문산~도라산 고속도로와 안산~인천 고속도로의 경우는 집행된 예산이 전혀 없었다. 문산~도라산은 ‘대외 여건’ 등으로 사업추진이 지연되고 있고, 안산~인천은 지난달부터 ‘타당성 재조사’가 진행 중이다. 그럼에도 두 사업은 내년도에 각 10억 원의 예산안이 또 책정돼 있다. 지자체에 공사비의 70%를 지원하는 국지도 건설 사업 중 광주~양평과 화성우정~향남 구간 역시 9월 말 현재 집행률 0%다.
광주~양평은 ‘공사 발주 준비 중’, 화성 우정~향남은 ‘관계기관 협의 지연’이 각각 지연 사유로 지적됐다. 두 사업 모두 내년도 예산안으로 각 2억 원이 배정돼 있다. 특히 고속철도건설 사업 중 경기도가 여야 도내 의원들에게 내년도 예산확보를 요청한 인천발 KTX, 수원발 KTX, 수색~광명 고속철도도 9월 말 기준 집행률이 각각 45.1%, 51.6%, 0% 등 형편없는 수준이다.
인천발 KTX는 ‘현장 여건 변동·민원’ 등으로, 수색∼광명은 ‘관계기관 협의’ 등으로 지난 2월부터 진행 중인 기본계획 수립이 지연돼 각각 집행이 부진한 것으로 적시됐다. 일반철도의 경우, 수서~광주와 여주~원주 복선전철이 집행률 0%를 기록 중이고, 인덕원~동탄 복선전철은 집행률이 23.5%에 불과했다. 수서~광주는 지난해 8월부터 ‘설계 중’이어서 공사비, 용지비 등의 집행이 불가했기 때문이란다. 내년 상반기 중 착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주~원주와 인덕원~동탄은 지난해 12월 노반공사에 착수했으나 공사 초기 단계로 ‘관계기관 협의 및 인·허가 등의 기간 소요’가 집행 부진 사유다. 수서~광주의 내년도 예산안은 277억 원, 여주~원주는 918억 원, 인덕원~동탄은 2121억 원이다.
예산이 계획대로 집행되지 않으면 결국 지역 주민들 삶의 질 향상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예산 집행 체계 전반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정치권은 ‘쇠귀에 경 읽기’다. 선거를 의식해 주민들에게 나랏돈을 따왔다는 자랑하는 일에만 열을 올릴 뿐, 그 돈이 제때 제대로 쓰이지 않는 고질병을 고치는 일에는 관심이 없다. 한 지역에 만들어진 SOC 시설을 놓고 그 지역 오만 정치인들이 자기가 다 한 것처럼 과장하며 공치사를 해대는 꼴불견 광경들을 생각하면 실소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
다음 연도로 이월돼 집행될 예산이 과다할 경우 내년도에 편성된 본예산이 또다시 적기에 원활하게 집행되기 어려워진다. 적당한 곳에 합당하게 편성되어 시의적절하게 집행된다면 주민 삶 개선에 보탬이 될 어마어마한 예산이 묶이는 어리석은 현상이 매년 거듭되는 셈이다. 국민의 세금은 적재적소에, 적기에 쓰여야 한다. 그렇지 못한 모든 비정상적인 배정과 집행은 결국 ‘혈세 낭비’다. 전근대적이고 비효율적인 주먹구구식 예산 집행 시스템은 하루빨리 혁신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