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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와 K팝아트에서 발견한 풍자와 해학…전시 ‘알고 보면 반할 세계’

경기도미술관 민화와 K팝아트 특별전
'포도도', '대호작도' 등 민화와 현대미술 작품 129점 공개
민화와 K팝아트의 공통 정서 찾고 현대의 삶과 예술 반추
내년 2월 23일까지 경기도미술관

 

조선시대 서민들이 향유했던 그림 민화에서 오늘날 K팝아트의 뿌리를 발견한다. 민화 특유의 풍자와 해학은 오늘날에도 이어져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안산시 경기도미술관에서 민화와 K팝아트 특별전 ‘알고 보면 반할 세계’가 열리고 있다. 한국의 전통 민화로부터 한국의 팝아트의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기획된 전시다. 민화와 K팝아트를 엮어 소개하는 전시로는 국내 최초다.

 

전시엔 작자 미상의 전통 민화 27점과 더불어 현대미술 작가 권용주, 김상돈, 김은진 등 총 19인의 작품 102점이 전시된다.

 

미술관이 정의하는 K팝아트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영국의 산업사회와 대중문화를 형성했던 미술사조인 팝아트에서 시작한다. 팝아트는 한국의 미술계에도 수용돼 실험미술과 민중미술의 현장, 포스트모더니즘 등에 등장했다. 수많은 경향들 중에서 한국적 정체성을 드러내는 팝아트로서 K팝아트의 면면을 제시한다.

 

전시는 크게 네 가지 질문에서 시작한다. ‘현대미술의 관점에서민화를 어떻게 읽을 수 있을 것인가’, ‘한국 현대미술에서 팝아트는 어떤 양상을 이루는가’, ‘한국 현대미술에서 K아트란 어떤 것일까’, 그리고 ‘민화와 팝아트의 사이에서 K팝아트가 어떻게 드러날 수 있는가’다.

 

 

이런 질문에 대한 답으로 ▲더 나은 현세(現世)를 위한 이상향의 염원 ‘꿈의 땅’, ▲해학적 삶의 태도 ‘세상살이’, ▲내세(來世)에 대한 상상 ‘뒷경치’ 세 가지 세계관이 펼쳐진다. 전시장의 동선을 따라 세 구역을 이동하다보면 민화와 K팝아트가 공통적으로 제시하는 해학과 풍자, 삶의 다양한 시선, 태도를 볼 수 있다.

 

첫 번째 섹션 ‘꿈의 땅’에서는 다산(多產)과 번성의 염원이 담긴 ‘포도도’ 등을 통해 민화의 전통적 의미에 대해 살펴본다. 호랑이와 까치 등 영험한 동물들로부터 액운(厄運)을 떨치고자 하는 바람을 읽을 수 있다. 화조도(花鳥圖)나 백수백복도(百壽百福圖) 등에 등장하는 쌍을 이룬 새, 화려한 꽃과 나무, 신비로운 기물과 풍경은 장수와 복, 이상적 이념을 바란다.

 

이상적 삶에 대한 기복과 염원의 민화적 태도는 현대미술 작품에서도 이어진다. 팝아트가 소비사회의 면면을 반영했듯, ‘만수만복’, ‘퓨저’, ‘두려움 없이’, ‘불꽃 변주 2023-2’등의 작품들은 지금 우리사회가 신성시하는 것이 무엇인지 반추하게 한다. 현대 사회의 욕망과 이상향이 투영된 작품들은 K팝아트로서 가치들을 전한다.

 

 

두 번째 섹션 ‘세상살이’에서는 민화와 K팝아트에 나타난 풍자와 해학에 대해 조명한다. 깜짝 놀라 휘둥그레한 눈을 한 호랑이, 털이 쭈뼛 선 호랑이, 이런 호랑이를 향하는 야무진 까치가 제각각 재치 있는 형태로 세상에 대한 풍자를 드러낸다. ‘삼국지도’, ‘호질도’가 전시된다.

 

현대미술작품으로는 ‘신의 자리_인산인해2’, ‘DMZ 산수’, ‘석부작’ 등이 전시된다. K-장녀로서 세상에 대한 풍자와 해학을 담은 ‘신의 자리_인산인해2’는 작가가 살아오면서 겪었던 일들과 감정을 섬세한 자개로 표현한다.

 

세 번째 섹션 ‘뒷경치’에서는 초월적 세계에 대한 상상을 그린다. 현세의 삶 그 이후를 나타내는 그림들은 토속신앙, 유교, 불교, 도교를 망라하는 종교와 신화적 상상이 결합돼 구복과 벽사를 기린다. 민화로는 ‘심우도’, ‘감모여재도’가 전시된다.

 

 

팝아트에서도 종교적 성화나 원시적 도상을 차용한 작품들이 있다. ‘우물 밑이 귀신이 사는 곳’, ‘스타벅스’, ‘요석공주’, ‘스톤마켓-여주’등은 내세를 그리거나 현재의 우상을 뒤집어 풍자하는 그림들이다. 현대의 가치관, 종교, 대중문화가 혼재돼 현실을 반영한다.

 

전시를 기획한 방초아 학예연구사는 “팝아트라는 이미지나 복합적인 컬러 이면에 우리가 담고 있는 사적인 태도를 한 번 찾아보고 싶었고, 민화적인 태도와 교집합을 갖고 있는 작가들을 선별했다”고 기획 배경을 밝혔다.

 

이어 “기존의 K아트라든지 샤머니즘과 같은 이미지에서 벗어나 현세적인 욕망이나 혹은 삶을 살아가는 해학과 위트를 다룬 작품들을 섭외했다”고 덧붙였다.

 

전승보 경기도미술관 관장은 “K팝아트라는 말이 20여 년 전부터 쓰여졌고, 아트페어에 가면 90%가 K아트 작품”이라면서 “K팝아트를 관통하는 어떤 이미지가 쉽게 떠오르지 않는데, 이런 지점에서 향후 K팝아트의 이미지에 원천적인 부분을 고민하는 첫 출발이 될 수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내년 2월 23일까지 계속된다. 매주 월요일과 설 당일은 휴관이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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