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세대 작가들의 위트있고 개성있는 시선을 느낄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수원시립미술관이 올해 처음 시도한 신진작가 공개모집 '얍(YAB)-프로젝트‘(Young Artists Bridge Project)에서 선정된 작가들의 작품 전시 ‘토끼를 따라가면 달걀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가 지난 19일부터 수원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선정작가들은 수원과 관련된 장소·기억·사람으로 지역에 담긴 이야기를 새롭게 발굴해냈다.
수원시립미술관은 이번 공모와 전시에 대해 '이스터에그'와 같다고 설명했다. ‘이스터에그’는 소프트웨어나 운영 체제, 게임 같은 분야의 프로그램 개발자가 사용하는 용어로 개발자가 사용자에게 재미를 주기 위해 숨겨놓은 메시지나 기능을 뜻한다.
이번에 선발된 5명의 작가가 작품에 숨겨놓은 수원의 ‘이스터에그’를 찾다보면 도시의 숨겨진 매력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다.
1980~1994년생 밀레니얼 세대 작가 총 77명(팀)이 지원해 15:1의 경쟁률을 뚫고 최종 5팀(개인 4명, 그룹 1팀)이 선정됐다. 선정 작가는 김소라(사진, 설치), 신교명(회화, 설치), 유다영(사진, 영상), 정은별(회화, 조각, 설치)이 개인부문에, XXX(윤이도, 김태희(회화, 조각, 설치))가 단체부문에 뽑혔다.
XXX(윤이도, 김태희)는 노후화되는 도시 문제와 노인 문제를 탐구하고 작업으로 풀어낸다. 할머니와의 기억을 영상과 회화로 남기며 재개발로 사라지게 된 집, 구도심의 소멸, 상승하는 집값 등 사회구조적 문제를 다룬다. 두 작가의 ‘첩첩시상’(2024)는 수원의 시장을 지키는 사람들과 풍경을 담아내며 그들의 생명력을 다룬다.
신교명(b.1992)은 수원 여러 관광지의 낙서들을 수집했다. ‘두들러’(2024)는 인공지능이 수집한 낙서들을 시각적 이미지로 그려낸 작품이다. 인간이 남기는 기억과 추억의 형태를 비인간의 시각으로 표현하며 오늘날 인간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얘기한다.
유다영(b.1993)은 사진으로 삶과 죽음, 세상에 대해 기록한다. 시각에 의존해 감각하는 전통적인 사진 문법을 탈피하고 경계 너머를 사유한다. ‘읽을 수 없는 기억’(2024)등 신작에선 수원이라는 도시에 ‘있었던’ 또는 ‘있었을 법한’ 이야기를 보여주며 실제와 허구 사이에서 무력감을 유도한다.
김소라(b.1985)는 수원이라는 장소에 대한 기억을 끄집어낸다. 과거 아버지가 수원 화성에서 찍은 사진을 바탕으로 실제 그 장소에 찾아가보며 기억을 중첩시킨다. 오래된 아날로그 필름과 사진, 편지와 같은 기록물을 단서로 해당 장소의 이미지와 소리를 수집한다.
정은별(b.1987)은 견고해 보이는 사회 속에서 개인의 불안의 틈새에 주목한다. 신작 ‘드리우는 그림자 사이로’(2024)는 수원을 직접 돌아다니면서 발견한 폐허의 흔적과 공간을 드로잉으로 나타낸다.
19일 수원시립미술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소라 작가는 “이번 작업을 하면서 수원에 처음 오게 됐는데, 수원이라는 곳이 굉장히 전통적이면서 동시대적인 장소라고 생각했다”며 “공간을 돌며 만났던 노인분들과 외국인들과의 대화를 통해 얻은 다양한 요소를 작업에 반영했다”고 말했다.
정은별 작가는 “수원의 다양한 지역을 돌아보며 처음에는 장소성으로 접근했지만 개인의 삶이 많이 보였다”며 “화려한 카페거리가 망해버리면 그 사람들은 어디로 가야 되는지, 그리고 옛날부터 장인처럼 지켜온 기술들로 생업을 유지할 수 없게 됐을 때의 참담함은 무엇인지 많이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XXX의 윤이도 작가는 “저는 시장에서 활동하며 시장을 자주 갔는데, 거기서 마주한 어르신들과 시장 내의 다양한 가게들의 주인분들 한 분 한 분이 수원의 수호신 같은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며 “주인장 어르신(神):못골시장‘ 이라는 작품을 진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전시와 연계해 신교명 작가가 전시를 위해 제작한 인공지능 로봇 ‘두들러’의 낙서 퍼포먼스와 참여 작가의 아티스트 토크 등 연계 그로그램이 진행된다.
전시는 내년 3월 3일까지 계속된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