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재당선된 후 국내 식품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는 데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보호주의 공약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원자재 가격 상승 및 관세 부과 등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식품업계는 다양한 시나리오에 맞는 여러 전략을 짜며 동향을 살핀다는 계획이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원·달러 환율은 1400원을 전후하며 오르내리고 있다. 미국 대선 직전인 지난 5월 원·달러 환율은 1370원대였으나, 트럼프 대통령 당선이 확실시된 13일 기준 1410원을 넘기며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보호무역주의 공약이 실현된다면 환율이 1500원대로까지 오를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원·달러 환율이 높아지면 해외에서 수입하는 원자재도 가격이 덩달아 높아지기 때문에 국내 대부분의 기업에게 원가 부담으로 작용한다. 국내 식품기업들은 곡물, 유지류, 커피원두 등 원재료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물류비, 에너지 비용 등도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각종 원부자재의 가격이 고공행진하는 가운데, 원가 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는 9월(124.4포인트) 대비 2% 상승한 127.4포인트를 기록했다. 밀, 옥수수 등 곡물 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8%, 유지류는 7.3% 상승했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 아시아 등 여러 글로벌 지역에 수출하는 기업은 수출 가격을 재조정해야 할 가능성도 생긴다.
업계 관계자는 "이상 기후 현상으로 최근 몇 년간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추세"라면서 "환율 상승 추세가 지속된다면 원가 부담으로 인한 판매가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 현지에 생산시설을 구축한 기업들도 부담은 마찬가지다. 인건비와 각종 비용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으로의 수출 비중이 큰 기업은 환율 상승으로 인해 가격 경쟁력 역시 높아지기 때문에 타격이 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또 높은 수준의 관세가 새로 부과된다고 하더라도 대미 수출을 사실상 줄일 수 없기 때문에 감내할 수밖에 없다는 평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강달러, 관세 부과 등의 이슈로 수출 위주 기업보다는 내수 기업이 많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이라면 원가 부담보다는 상쇄분이 더 많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관세를 높게 매기더라도 기업 입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 부과된 관세를 내고서라도 수출량을 늘리는 것이 최선"이라면서 "실제 등장하게 될 정책 방향을 보고 대응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한국 식품 기업들의 수출 전략이 다변화될 전망이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관세 정책을 강화하게 될 경우, 중국산 원재료를 사용하거나 중국에 생산 공장을 둔 기업들은 미국으로의 수출길이 막힐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해외 지역별 수출 비중에 따라 전략적인 대응책 마련이 필수적이라고 업계는 입을 모아 설명한다.
업계 관계자는 "K푸드 열풍에 맞춰 한국 식품 기업들이 미국, 이슬람, 유럽, 아시아 등 신시장 개척에 열을 올리고 있다"면서 "판매가 인상을 최대한 지양하면서 수익성을 극대화할 대응책을 기업별로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 경기신문 = 이효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