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당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이준우·이영준 교수팀이 복부 CT를 활용해 요추 척추관 협착증을 진단하는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 AI 알고리즘은 진단 정확도 84%로, 영상의학과 전문의의 판단에 필적하는 수준이다.
요추 척추관 협착증은 척추관이 좁아져 신경을 압박하며 허리 통증과 다리 저림, 심지어 배뇨 장애를 유발하는 질환이다. 그러나 증상이 허리디스크와 유사해 정확한 진단이 어렵고, 주된 진단 도구인 MRI는 금속 이식 환자에게 사용이 제한되는 문제가 있었다.
이 교수팀은 흔히 사용되는 복부 CT로 요추 척추관 협착증을 진단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에 나섰다. 복부 CT는 MRI보다 비용이 저렴하고 금속 영향을 받지 않아 검사 제약이 적다. 이번 연구는 복부 CT 데이터를 활용해 AI가 경막낭 면적을 분석, 협착 여부를 판별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109명의 복부 CT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발된 AI 프로그램은 요추 내 경막낭이 100㎟ 이하일 경우 협착으로 자동 분류했다. 중증 협착증의 경우 85% 이상의 진단 정확도를 기록했으며, 증상이 미미하거나 없는 경증 협착증도 효과적으로 감별해냈다.
이준우 교수는 “복부 CT는 내장기관 검사를 목적으로 주로 사용되지만, 척추 부위도 포함된다는 점에서 착안해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며 “복부 CT만으로 척추관 협착증을 간단히 진단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이영준 교수는 “AI 기술이 전문의 수준의 정확도로 질환을 판별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며 “향후 척추 관련 질환을 아우르는 통합 진단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근골격학회가 발행하는 ‘근골격계 방사선학(Skeletal Radiology)’에 게재됐다. AI 기반 진단 기술이 척추 질환 진단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할지 주목된다.
[ 경기신문 = 김정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