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 한숨도 못 자고 출근해요.”
4일 오전 출근길에 나선 인천시민들의 눈밑은 거뭇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전날 밤 10시 30분부터 뜬눈으로 지새운 탓이다.
시민들은 출근하기 위해 지하철 객차에 몸을 구겨 넣었다. 손은 바빴다. 무뚝뚝한 얼굴로 끊임없이 뉴스를 훑거나, 누군가와 연락을 주고받았다.
미추홀구 주안역에서 만난 직장인 김모 씨(27)는 “어젯밤 친구의 연락을 받고 알았다. 해제될 때까지 조마조마하게 보냈다”며 “출근해도 되는지 걱정스러웠다. 일상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몸과 마음이 다 무겁다”고 토로했다.
주안역 앞 511번 버스를 기다리는 줄은 끝을 모르고 길어졌다. 인하대학교 후문을 거치는 만큼 대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낭만의 캠퍼스에서도 수군거림이 맴돌았다. 버스에서 쏟아져 나온 학생들은 평소처럼 강의실로 바삐 발길을 옮겼다. 주고받는 대화만 비일상적일 뿐이다. 기말고사가 코앞인 만큼 당혹스러운 심정이 얼룩졌다.
인하대학교 2학년인 A씨는 “기말고사 시험을 준비하다가 계엄 소식을 듣고 충격받았다. 도저히 공부에 집중할 수 없었다”며 “휴강 얘기는 없어 등교했다”고 말했다.
이날 인천의 초·중·고교 모두 정상 등교가 이뤄졌다. 현대사에서나 나오던 계엄령이 현실이 된 지금. 인천지역 교사들도 이와 관련해 계기교육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불안과 긴장을 뒤로한 채, 시민들은 일상에 복귀했다.
오전부터 영화관을 찾는 발길이 이어졌다. 한 관람객은 무인기로 영화를 예매한 뒤, 상영관으로 몸을 돌렸다.
인천시교육청 중앙도서관은 소란스러운 밖과 달리 잔잔했다. 열람실 안은 책을 읽거나, 인터넷 강의에 열중한 이들로 가득했다. 엎드려 잠이 든 학생도 군데군데 숨어있다.
남동구에 사는 B씨는 “아침에 눈을 뜨고 든 생각은 ‘다행이다’였다”며 “책을 반납하려고 들렸다”고 전했다.
진료를 예약해 둔 환자들은 병원으로 향했다. 가천대 길병원 1층 원무과 앞에선 수많은 시민이 접수와 수납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트와 백화점은 손님맞이 준비에 분주했다.
백화점은 문도 열기 전인데, 이미 대기 중인 방문객이 4~5명 있었다. 마트를 찾은 시민들은 물건을 살피면서 장바구니를 채웠다. 한 시민은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화면에는 국회 모습이 비쳤다.
중앙공원은 산책 나온 이들로 붐볐다. 강아지들은 신나서 킁킁거렸고, 햇볕이 잘 드는 벤치는 이미 꽉 찼다. 노인일자리 참여자들은 공원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바닥에 떨어진 쓰레기를 주웠다.
공원에서 만난 C씨(54)는 “아침마다 강아지와 산책을 나온다”며 “밤사이 일어난 일은 입에도 올리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인천 = 김민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