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코모 푸치니(Giacomo Puccini)의 오페라 투란도트가 21년 만에 초대형 무대와 초호화 캐스팅으로 돌아온다.
푸치니 서거 100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이번 공연은 지난 2003년 한일 월드컵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투란도트의 영광을 재현한다.
오는 22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코엑스 컨벤션센터 D홀에서 공연되는 ‘어게인 2024 투란도트’는 루치아노 파바로티와 함께 세계 3대 테너로 잘 알려진 플라시도 도밍고(Placido Domingo)의 지휘와 세기의 소프라노로 칭송받는 아스믹 그리고리안(Asmik Grigorian), 드라마틱 소프라노로 명성이 높은 마리아 굴레기나(Maria Guleghina) 등 전세계 최고의 연주자들이 함께해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2003년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의 절반을 무대로 만들어 화제가 됐던 거대한 세트가 현대 기술과 만나 어떤 신세계를 창조해 낼지 공연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1년 만에 ‘어게인 2024 투란도트’ 공연을 총괄하는 박현준 예술총감독은 투란도트 전문가다. 유명 성악가로 먼저 이름을 알린 박 감독은 무대연출가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특히 2003년 상암 투란도트 공연은 세계 3대 영화제(베를린, 칸, 베니스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수상한 중국의 장이머우(張藝謀)감독을 연출로 선임해 큰 화제를 모았다. 또 당시 열악한 국내 오페라 시장에 블록버스터급 스케일의 투란도트를 무대에 올려 오페라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경기신문은 ‘어게인 2024 투란도트’ 막바지 공연 준비에 여념이 없는 박현준 감독을 만나 이번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과 공연에 얽힌 여러 이야기에 대해 들어봤다.
□ 전 세계 최고의 연주자들이 한 무대에 오르는 일... 사람의 힘 아닌 ‘신의 섭리’
2003년 이후 21년이란 긴 세월동안 “투란도트를 가슴에 품고 있었다”고 밝힌 박 총감독은 이번 공연에 대한 특별한 소회를 밝혔다.
“21년 만에 또다시 기회가 와서 감격스럽고, 관객들에게 평생 남을 감동을 주기 위해 2년간 꼬박 준비했다. 이제 공연이 코앞으로 다가오니 너무 준비할게 많아서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무척 애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세계 최고의 오페라 가수들과 지휘자로 변신한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의 내한으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주인공 투란도트 역에 아스믹 그리고리안, 마리아 굴레기나, 류드밀라 모나스티르스카(Liudmyla Monastyrska), 에바 플론카(Ewa Plonka)가 캐스팅 됐다.
칼라프 역에는 유시프 에이바조프(Uysif Eyvazov), 브라이언 제이드(Brian Jagde), 알렉산드로 안토넨코(Aleksander Antonenko), 이라클리 카히제(Irakli Kakhidze)가 출연한다.
또 시종 리우 역에는 줄리아나 그리고리안(Juliana Grigoryan), 도나타 롬바르디(Donata Lombardi), 박미혜 등이 캐스팅 됐다.
라인업에 대해 박총감독은 “이번에 출연하는 가수들이 워낙 전 세계적으로 최고의 연주자들이다보니 이들을 한데 모이게 한 것도 사실 비현실적인 캐스팅이다. 메트로폴리탄 뉴욕,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의 최고들만 오니까 이런 경우가 전 세계 오페라 사에 없는 것으로 이런 사람들이 한국으로 모이게 된 것은 사람의 힘이 아닌 ‘신의 역사와 섭리’라는 것을 많이 느낀다”고 자평했다.
그는 “이번 공연은 한국의 K오페라 페스티벌이다. K오페라의 시작이고 전 세계에 한국의 오페라를 알리는 거니까 규모도 세계 최고, 최대임을 출연자들에게 설명했다"며 "이런 계획을 듣고 출연진 모두 흔쾌히 동의해서 가능했다”라고 캐스팅 배경을 설명했다.
이와 함께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쿠라(Jose Cura)와 같은 성악가 출신의 지휘자가 만들어 내는 음악과 냉철한 정통 지휘자 파올로 카리야니(Paolo Carignani)의 지휘가 만들어내는 음악을 비교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 ‘아스믹 그리고리안’의 내한 ‘황금의 궁전, 황금의 성전’ 같은 화려한 무대 ‘기대’
박 감독은 투란도트 역을 맡은 ‘아스믹 그레고리안’에 대한 극찬도 잊지 않았다.
그는 세기의 디바 마리아 칼라스의 계보를 잇는다고 평가받는 아스믹 그레고리안에 대해 “전 세계 1등”이라고 단언하며 “최고 중의 최고”라고 추켜세웠다.
또 리우 역을 맡은 줄리아나 그레고리안에 대해서도 “도밍고, 보첼리 등 세계적인 테너들과 전 세계를 돌며 공연을 할 정도로 실력 있는 소프라노인데 아직 20대 초반의 나이에 참 놀랍게 노래를 잘한다”고 극찬했다.
2003년 상암 월드컵 경기장을 뒤덮은 초대형 무대를 선보인 적 있는 박 감독은 이번 무대의 컨셉에 대해 ‘황금의 궁전, 황금의 성전’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21년 전 상암의 공연은 관객이 압도될 만큼 거대한 세트에 장이머우(張藝謀)의 색체를 입혀 화제가 됐다”며 “이번 공연은 상암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예술의 전당보다 훨씬 큰 무대라 규모와 디테일을 모두 살린 무대를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공연의 무대는 이탈리아의 수백 년 된 오페라 무대 기술과 한국의 최첨단 LED기술이 만나 환상적인 무대가 연출 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 출연진 60명 선발 오디션에 1천명 몰려, 합창과 오케스트라 거대한 사운드 관객 압도
투란도트는 규모가 규모이니 만큼 무대에 서는 인원도 많고 공연의 특성상 합창과 오케스트라의 사운드도 매우 중요하다. 그만큼 준비할 것이 많고 보조 출연자들의 동선까지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까다로운 오페라다. 그래서 출연진 선발이 매우 신중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박감독은 “우수한 자원을 선발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 연기자 60명을 뽑는데 1천 명 가량이 오디션에 참여했다”고 밝히며 “오페라 합창도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제일 잘하는 만큼 전국 시립합창단 소속 단원들이 연합으로 100여 명 정도 참여하기 때문에 합창이 굉장히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오케스트라도 4관 편성에 120여 명 정도가 참여하기 때문에 엄청남 사운드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박 총감독은 개막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공연 관계자들의 약속된 유기적인 움직임과 해외 출연진들과의 연습 진행상황에 대해서도 “이번 공연에 참여하는 세계적인 가수들은 이미 투란도트에 대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공연을 할 수 있을 만큼 완벽하게 준비된 가수들”이라며 완벽한 공연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 투란도트, 설화적 이야기와 압도적 공연 규모... 관객 몰입하기 쉬운 오페라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작곡가 베르디와 푸치니의 오페라 작품은 수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 세계 오페라 시장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이들을 대표하는 걸작을 꼽는다면 베르디는 ‘아이다’, 푸치니는 ‘투란도트’다.
특히 오페라 투란도트는 남자주인공 칼라프가 부르는 ‘네순도르마(Nessun dorma)’를 빼놓을 수 없다.
2003년 상암에서의 공연으로 국내에 투란도트 신드롬을 불러온 박 총감독은 네순도르마 외에 시종 리우의 아리아 ‘시뇨레 아스콜따(Signore ascolta)’와 같은 아리아도 못지않게 좋은 곡이라고 추천했다.
그는 투란도트의 매력을 유명 아리아와 함께 오페라의 내용이 관객들로 하여금 작품에 빠져들기 쉽게 만들어진 이야기 구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총감독은 “혼인의 시기가 된 공주 투란도트가 결혼을 하지 않기 위해 청혼한 왕자에게 세 가지 어려운 질문을 던져 왕자가 문제를 모두 맞추면 결혼을 하고, 맞추지 못하면 왕자는 죽음을 당하게 된다는 설정이 단순하면서도 설화적이라 일단 관객들이 몰입하기 쉽고, 또 투란도트는 다른 오페라와 달리 해피엔딩이라 더욱 관객의 사랑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 관전포인트 평생 잊지 못할 무대, 의상... 도밍고의 마지막 내한 등
박 총감독은 이번 공연의 관전 포인트를 평생 잊지 못할 웅장한 무대, 세계 최고의 화려한 의상, 세계인이 사랑한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의 마지막 내한 그리고 아스믹 그레고리안과 같은 세계적인 오페라 스타들의 무대를 꼽았다.
그는 “축구로 치면 호날두, 메시, 손흥민이 총출동하는 것이라며 이렇게 자기 개성이 강한 사람들을 모아 컨트롤 하는 일도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 투란도트, 비엔날레처럼 2년에 한 번씩 공연
공연 이후 계획에 대해 박 총감독은 투란도트를 2년에 한 번씩 비엔날레처럼 공연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공연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맡길 것이라고 말했다.
박 총감독은 이미 공연 이후의 다른 삶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이번 공연 이후 투란도트는 다른 사람에게 바통을 넘기고 케냐로 선교를 떠날 예정이다"라며 신앙인으로서 하나님과의 약속을 지킬 것을 다짐했다.
인생의 마지막 역작을 준비하고 있는 박현준 총감독은 관객들에게 “이 공연을 꼭 보시면 좋겠다. 오셔서 이런 세계가 있음을 같이 느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 경기신문 = 우경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