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시작된 기준금리 인하와 금융당국의 대출규제 강화로 은행권의 주요 수익원인 이자이익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성장세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에 은행들은 자산관리 역량을 총동원해 비이자이익 확보에 나서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해 3분기 순이자마진(NIM)은 평균 1.57%로 전분기 대비 0.07%포인트(p) 하락했다.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시장에 미리 반영돼 금리가 떨어진 영향이다.
한은이 지난해 10월부터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본격적으로 금리 하락기에 접어든 만큼, 은행권의 순이자마진 하락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은행의 주된 영업이익인 이자이익 역시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지난해 수익 방어의 수단으로 사용됐던 대출 규모 증가세 또한 꺾일 전망이라 은행권의 이자이익 창출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5대 은행은 지난해 3분기 10조 원 이상의 이자이익을 거뒀다. 22조 3948억 원에 달하는 가계대출 증가세가 나빠진 수익성을 상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연초부터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을 엄격하게 관리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기 쉽지 않다.
은행들이 느끼는 위기 의식은 행장들의 신년 메시지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올해 초 취임한 행장들은 취임사를 통해 수익구조 개선과 혁신을 주요 경영전략으로 내세웠다. 유일하게 연임에 성공한 정상혁 신한은행장도 신년사에서 "본업의 혁신과 미래를 향한 도전에 집중하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 견고한 체질을 확보하는 데 모든 자원을 투입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은행들은 자산관리(WM) 역량을 키워 비이자이익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명 연예인을 브랜드 모델로 기용해 '스타 마케팅'을 실시하고, 상품 라인업을 확대하며 수익률 제고를 위해 힘쓰고 있다. 지난해 10월 말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가 시행되면서 가입자들의 자금 이동이 쉬워지자 기존 고객은 붙잡으며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려는 것.
특히 이들은 전통적인 강점으로 꼽히는 대면채널을 강화해 '맞춤형 자산관리'를 선보이며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8월 수원, 서울 강남, 울산 지역에 '신한 연금라운지'를 추가로 개설하며 연금 전문 채널을 확대했다. 하나은행도 같은 달 분당 지역에 '연금 더드림 라운지'를 신설했으며, 지난해 말 모바일 연금관리 서비스 '하나 더 넥스트 연금 플래너'를 개시했다.
우리은행은 4곳의 '투체어스W(TCW) 센터'와 3곳의 '투체어스 익스클루시브(TCE) 센터'를 통해 고액자산가를 위한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국 13개 지역에서 'KB골든라이프 연금센터'를 운영 중인 국민은행은 지난해 9월 전화 한 통으로 연금센터 전문가와 바로 상담할 수 있는 '퇴직연금 1:1 자산관리상담서비스'를 선보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경영 환경이 달라져 은행들이 이전 수익성을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비이자수익의 중요성은 높아진 데다 퇴직연금 시장에서의 경쟁도 점점 치열해지고 있어 경쟁력 강화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