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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의 달리는 열차 위에서] 장검의 밤, 위대한 민주시민의 밤

  • 최영
  • 등록 2025.01.15 06:00:00
  • 13면

 

1934년 6월30일, 독일 수상 히틀러는 나치당의 2인자로 자신의 권력을 위협하던 에른스트 룀 일파를 회의를 구실로 바트비제 온천에 초대한다. 별다른 의심없이 온천에 모인 룀과 그 동료들은 히틀러의 친위대에 붙잡혀 즉결처분당했다. 훗날 ‘장검의 밤’으로 명명된 이 날의 친위쿠데타는 500명이 넘는 피의 숙청으로 히틀러에게 절대권력을 안겼다. 서슬퍼런 공포정치에 독일민중은 침묵했다. 

 

친위쿠데타는 합법적 권력자가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비합법적 수단을 동원하여 헌정을 중단시키는 행위를 일컫는다. 12.3 비상계엄은 가장 전형적인 친위쿠데타이다. 대통령은 군대를 동원해 국회 무력화를 시도했다. 선관위를 침탈해 선거결과를 조작하려 했다. 이참에 자신을 반대하던 정적은 물론 언론과 사법부, 의료계에 여당 대표까지 ‘일거에 제거’하려 했다. 케이블타이로 묶고 두건을 뒤집어 씌운채 방첩사로 끌고 온 그들을 어떻게 처분했을지는 상상에 맡긴다. 12월3일 그들은 대한민국판 ‘장검의 밤’을 만들고자 했다. 그러나 지난 수십년간 쌓아온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량은 군대조차 넘을 수 없는 거대한 방벽이 되어 ‘위대한 민주시민의 밤’을 만들어 내었다. 

 

이로써 국난극복이 특기인 대한민국의 저력이 또한번 발현되나 했다. 그러나 웬걸, 현실은 소설보다 극적이다. 개연성이나 올바름 따위는 필요없다. 8년전 탄핵정국의 학습효과로 ‘이번에도 보수정권이 탄핵당하면 보수는 영원히 궤멸한다’는 위기감에 보수진영이 총궐기하고 있다. 직무정지 중인 대통령이 파렴치한 결사항전을 선언하자 극우 개신교계가 참전하더니 이제는 “왼쪽은 잘했나”며 문화계까지 광기의 대열에 동참한다. 광장은 극우유투버들의 가짜뉴스와 극단적 선동에 말은 사라지고 짐승들의 울음소리만 가득찼다. 히틀러는 ‘나의 투쟁’에서 '선동은 지적 수준이 낮은 이들의 감정에 맞춰야 한다'고 했다. 탄핵에 찬성하는 모든 사람은 공산당, 중국인이라는 선동에 윤석열이 돌아오면 빨갱이들을 청소해버릴 것이라고 환호한다. 


2021년 튀니지의 대통령 사이에드는 정치권의 부패를 척결한다며 국가비상사태를 선언, 친위쿠데타를 일으켰다. 입법부와 사법부의 권한을 정지시키고 ‘명령통치’에 들어간 그는 유력한 대선후보 3명을 실격 처리하더니 남은 후보마저 14년형을 선고한 끝에 2024년 대선에서 90.7%의 득표율(투표율 28%)로 재선에 성공하며 권위주의체제를 완성한다. 우리가 튀니지를 따르고 있는가? 그가 다시 돌아오면 ‘장검의 밤’이 도래할 것인가? ‘위대한 민주시민의 밤’은 사라질 것인가? 박노해시인의 시로 그 대답을 대신한다. 

 

〈그가 다시 돌아오면〉/계엄의 밤이 도래하겠지/번득이는 총구가 우리를 겨누고/의인들과 시위대가 ‘수거’되겠지/광장과 거리엔 피의 강이 흐르고/사라진 가족과 친구를 찾는/언 비명이 하늘을 뒤덮겠지/그가 다시 돌아오면/살림은 얼어붙고 경제는 파탄나겠지/우린 갈수록 후진국으로 추락하겠지/오가는 사람도 드문 스산한 밤거리엔/총소리 군홧발 소리 사이렌 소리가 울리고/계엄군이 내 가방을 뒤지고 신상을 털겠지/.../아아 그가 다시 돌아오면/저들이 살아서 돌아오면/버젓이 권좌에 도사린 채/내란을 지속하고 내전을 불지르는 자들/지금, 빛으로 끌어내 처단하지 않는다면/지금, 뿌리째 뽑아내 청산하지 않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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