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새해가 시작됐다.
1월30일, 3월7일, 4월12일, 5월6일 술을 빚는 사람들이 신년 달력을 받으면 제일 먼저 조사해서 계획하는 술이 있다. 그해에 술빚기 시작을 알리는 의미로 준비하는 술 ‘삼해주’를 빚는 돼지날을 찾아 표시해 놓는다. 이름 그대로 풀이해 보면 세 번의 돼지날에 담그는 술이라고 보면 된다.
삼해주는 십이지(十二支) 가운데 맨 마지막에 오는 돼지날(해일, 亥日)로 정월 첫 돼지날에 밑술을 빚기 시작해 12일 간격이나 36일 간격으로 돌아오는 이월 첫 돼지날에 덧술을 빚고, 다시 돌아오는 삼월 첫 돼지날에 세 번째 마지막 술을 담아 완성하는 삼양주로 추운 겨울에 저온에서 장기간 발효시켜 맛과 향 그리고 술 빛깔까지 삼박자가 뛰어나 한번 맛보면 헤어날 수 없어 매년 도전하게 만드는 술 중 하나이다.
‘삼해주’의 또 다른 이름은 봄 소식을 전하는 솜털 같은 버들개지가 날릴 때 술을 거른다고 해서 ‘유서주(柳絮酒)’라고도 불리기도 하고 백일에 걸쳐 완성되는 술이라 ‘백일주’라고도 불리기도 한다. 이 술에 대한 역사적인 기록은 많이 남아 있다. 가장 오래된 기록은 고려 시대 이규보가 쓴 '동국이상국집'에 삼해주에 대한 기록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산가요록', '수운잡방', '주찬방', '음식디미방', '요록', '산림경제', '규곤요람', '주찬' 등 수많은 문헌 속에 제조법이 나와 있는 것으로 미뤄 보면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아 온 술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문헌마다 쌀과 누룩, 물만을 가지고 빚는데 쌀의 다양한 가공방법에 따라 죽으로만 빚기도 하고, 죽과 백설기, 죽과 고두밥, 고두밥만을 사용하지만 변하지 않는 건 세 번의 정성과 긴 시간을 들여야 한다는 점이다. 이번에 계획한 삼해주는 지난번에 누룩의 실패로 완성하지 못해 아쉬움이 많이 남아있는 서울 삼해주를 다시 빚어 보려고 한다.
첫 번째 해일에 멥쌀을 가루 내어 끓는 물을 부어 된죽을 만들어 식힌 후 밀가루로만 만든 백곡을 넣고 버무려 발효시킨 뒤 두 번째 해일에 멥쌀가루와 밀가루를 섞은 뒤 끓는 물을 부어 익반죽한 것을 삶아 낸 후 밑술과 버무려 안치고 세 번째 해일에 멥쌀로 고두밥을 찐 뒤 식혀 지난번 빚어 둔 술과 고루 버무린 뒤 발효하면 완성된다. 술을 거르는 방법도 고운자루에 다 익은 술을 담아 차곡차곡 쌓아 긴 시간을 품었던 맛과 향의 여운을 술 한잔에 오롯이 담고 싶다. 내가 준비한 첫술 한잔이 2025년을 시작하는 마음가짐이 아닐까 생각한다.
특히 서울 ‘삼해주’는 1993년 서울특별시무형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어 서울무형유산교육전시장에서 교육도 진행하고 있어 일정이 맞으면 직접 교육도 받아 볼 수 있는 기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