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달러 환율이 20원 가까이 떨어지면서 최근 한 달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밤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려했던 '관세 폭탄' 조치를 내놓지 않으면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인 영향이다.
2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1451.7원)보다 12.2원 내린 1439.5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전날보다 14.7원 내린 1437.0원에 개장한 이날 환율은 장 초반 18.8원 낮은 1432.9원까지 떨어졌다. 이는 지난해 12월 16일(1428원) 이후 한 달여 만에 최저 수준이다. 주간 종가 최고점(1470.8원, 지난 13일)과 비교하면 하락폭은 30원 이상으로 커진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사가 우려했던 것보다 덜 과격했다는 점에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며 환율이 큰 폭으로 하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간밤에 열린 취임식에서 관세 부과를 통한 무역정책 전반의 개혁을 예고하면서도 구체적인 신규 관세 부과 조치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하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추가 부과하는 대신 미국의 무역적자·교역상대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을 조사하라는 지시를 내릴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도 전날보다 1.14% 떨어진 107.907을 나타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가 취임하면서 매파적인 정책을 내놓을 거라는 우려가 있었는데, 행정 명령에 관세가 빠진다는 게 보도가 되면서 환율이 많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유화적인 공약 추진 가능성을 시사한 배경에는 공격적인 공약 추진이 물가와 국채 금리에 자칫 큰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라며 “저물가-저금리를 선호하는 트럼프 입장에서 무리한 공약 추진으로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재발하는 것을 원치 않은 것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취임 초기 정책 불확실성이 아직 있는 만큼, 환율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게 시장의 의견이다.
박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이 시장에는 우려보다는 안도감을 줬지만, 향후 변동성 리스크는 여전히 잠재해 미국 국채 금리의 추가 하락 여부를 더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