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준금리가 떨어지고 있음에도 서민들의 급전창구로 꼽히는 카드론 평균금리는 꾸준히 오르고 있다. 깊어진 불황으로 수요가 늘면서 비교적 높은 금리가 적용되는 저신용 차주들의 비중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카드사들도 비교적 높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한 것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국내 8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의 카드론 평균금리는 14.58%로 전월 대비 0.12%포인트(p) 상승했다.
카드론 평균금리는 지난해 8월 14.29%에서 9월 14.32%, 10월 14.44%, 11월 14.46%, 12월 14.58%로 4개월 만에 0.3%p 가량 상승했다. 같은 기간 기준금리가 3.5%(8월)에서 3%(11월)로 0.5%p 떨어진 것과 대비된다.
이는 경기침체가 심해지면서 저신용 차주들의 카드론 이용이 많아지고 있어서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말 기준 8개 카드사 중 6곳에서 18% 이상의 카드론 금리를 적용받는 고객의 비율이 20%를 넘겼다. 우리카드의 경우 해당 비율이 51.23%에 달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론 차주들의 신용점수가 많이 떨어지고 있는 추세"라며 "신용도가 낮은 고객들이 많이 이용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카드론에 대한 수요도 늘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8개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은 42조 4000억 원이다. 12월 들어 1580억 원 감소했음에도 1년 새 3조 6260억 원 늘어 상승 흐름은 유지됐다. 증가폭 역시 2023년(2조 4423억 원)에 비해 1조 원 이상 확대됐다.
카드사들의 자금조달 창구인 여신전문채권(여전채)의 금리가 오른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말 여전채 금리(AA+, 3년물)는 3.2%다. 3%대였던 지난해 말보다 소폭 상승했으며 1%대였던 2021년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새해에도 경기가 회복되지 않으면서 카드론 수요가 줄어들기 어려워졌고, 지난 16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로 여전채 금리 인하 시기도 미뤄질 전망이라 당분간 카드론 금리는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올해에도 서민경제의 어려움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카드론 수요는 현 수준에서 유지되거나 늘어날 것"이라며 "기준금리 인하분이 조달금리에 반영되기까지 시차도 있어 당장 금리가 내려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