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기지사, 김부겸 전 국무총리 등 과거 친문(친문재인)계로 분류됐던 야권의 유력 인사들이 대선 시계가 빨라짐에 따라 적극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야권 대권 잠룡 중 한 명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최근 당내 통합의 중요성을 피력하며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소속감을 내비친 반면 이들은 자당을 향해 쓴소리를 내며 친명(친이재명)계와 다른 노선임을 강조하고 있다.
2일 경기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김경수 전 지사는 전날(1일) 자신의 SNS를 통해 “서로에게 고함치는 일을 멈추고 사과하고 손을 내밀고 크게 하나가 돼야 (대선에서) 이긴다”고 밝혔다.
앞서 ‘이재명 일극체제’를 반대했던 그는 연이어 친명·비명 등의 계파 간 갈등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통합·화합 메시지를 내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도 그는 “팀보다 강한 선수는 없다. 크게 하나 되지 못하면 이길 수 없다”면서도 “(이재명 대표는) 집권 세력의 핵심적인 책임과 의무는 통합과 포용이라고 강조했다. 저도 같은 생각”이라며 당내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주력했다.
반면 김 전 지사와 같은 야권의 잠룡인 김동연 지사와 김부겸 전 총리는 민주당에 대해 박한 평가를 내놓는 등 비판도 서슴지 않고 있다.
김 지사는 지난달 24일 하락세를 보이는 야당 지지율과 관련해 “민주당은 신뢰의 위기다. 민심이 떠나고 있다”고 발언했다.
이어 민주당이 구성한 ‘여론조사검증특별위원회’에 대해 “지금은 여조특위가 아닌 ‘민심바로알기위원회’가 필요하다”며 자당 지도부와 각을 세우는 모습을 연출했다.
김 전 총리도 지난해 정치 활동을 재개한 이후 현 이 대표 체제의 민주당에 대해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엔 탄핵 정국으로 국정이 혼란한 만큼 야당이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 전 총리는 지난달 31일 MBN 뉴스와이드에서 “국민이 불안할 때 민주당이 원내 다수당으로서 좀 성숙하고 여유 있게 국정에 대한 책임지는 모습을 보였더라면 국민들한테 더 강한 지지를 받지 않았을까 (한다)”고 말했다.
김 지사와 김 전 총리가 이같이 민주당을 작심비판하고 이 대표와 다른 계파임을 부각하는 것은 자신을 야권의 유력 대안주자로 강조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김동연 지사와 김부겸 전 총리는 민주당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진보·중도층의 지지를 받는 만큼 이 대표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꾸준히 언급해 대안주자로서의 자리를 가장 먼저 탈환하려고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반면 김경수 전 지사는 김 지사나 김 전 총리와 비교해 정치적 무게감을 잃은 상황이기에 두 인사들과 달리 자신은 통합과 화합의 상징이 되겠다는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김 지사와 김 전 총리, 김 전 지사는 ‘사법 리스크’를 짊어진 이 대표의 대안이 될 수 있는 대선 주자들로 평가받는다.
이중 김 지사는 현역 광역단체장이라는 이점을 갖고 있다.
김 지사는 지난해 10·11월 김민철, 고영인 전 민주당 국회의원을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장과 경기도 경제부지사에 각각 임명했다.
올해에도 그는 인재근 전 의원을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이사장에 임명한 데 이어 이용빈, 유정주 전 의원 등 비명계 또는 계파색이 옅었던 인사들도 대거 불러들이고 있다.
여기에 자당 지도부를 작심비판하는 등 친명계와 각을 세우면서 김 지사가 앞당겨진 대선 일정에 맞춰 비명계 세력 규합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유력해지고 있다.
[ 경기신문 = 나규항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