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란 등 혐의로 구속됐던 윤석열 대통령이 석방되자 서울 일대는 탄핵을 촉구하는 진보단체와 지지층의 탄핵 반대 집회로 갈라졌다.
8일 검찰은 지난 7일 서울중앙지법의 윤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에 따라 즉시 항고가 아닌 석방을 지휘했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은 구속 52일 만에 출소했다.
이날 대통령 석방 소식이 알려지자 탄핵 촉구 집회를 진행하던 진보단체와 집회 참가자들은 격양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서울 종로구 안국동 일대에서는 촛불행동과 야5당이 공동으로 주최한 '윤석열 파면 촉구 범국민대회'가 진행됐다. 야당 의원들과 지지자들은 이날 집회에서 헌재가 조속히 윤 대통령을 파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당 대표들은 공동 선언문을 통해 "야5당 일동은 법원의 윤석열 구속 취소 인용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우리 국민은 이미 윤석열을 파면했다. 우리 국민은 내란수괴가 거리를 활보하는 것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집회에 참가했던 박수연 씨(19)는 "계엄과 내란으로 대한민국을 혼란으로 빠뜨린 윤 대통령의 구속이 취소됐다는 기사를 읽고 화를 참을 수 없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김영숙 씨(61)도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법원과 검찰의 행태에 분노할 따름"이라며 "내란을 일으킨 윤 대통령이 다시 거리로 활보하는 모습을 볼 수 없다. 당장 탄핵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종로구 동십자각 인근에선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의 집회가 열렸다. 비상행동 관계자는 윤 대통령 석방과 관련해 "어떻게 다시 밖으로 나오게 할 수 있느냐. 비상행동 의장단에서 대응 행동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집회 참가자들도 "윤석열 석방 규탄한다", "민심을 짓밟은 검찰 규탄한다" 등 구호를 외쳤다.

이날 광화문 일대에서는 탄핵 반대를 주장하는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대국본)'의 탄핵 반대 집회가 열렸다. 특히 이곳에서는 대통령 석방 사실이 알려지자 "우리가 이겼다"며 환호하거나, '만세'를 외치며 참가자들끼리 서로 부등켜 안고 눈물을 흘렸다.
집회 참가자들은 태극기에 윤 대통령 얼굴이 그려진 깃발과 성조기, '탄핵 무효' 등이 적힌 팻말을 들고 '윤 대통령을 즉시 석방하라'며 한 목소리로 외쳤다. 법원이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를 결정한 것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수사당국이 강압수사를 해왔음을 반증하는 것이라 주장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내란죄 혐의 등을 수사한 공수처와 구속을 결정한 서울서부지법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박영덕 씨(82)는 "오동운을 중심으로 수사 권한도 없는 공수처가 무리한 수사를 하는 등 법리에 맞지 않은 수사가 이뤄졌다"며 "서울서부지법도 결국 공수처에 놀아나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 아닌가"라 지적했다.
이어 이들은 윤 대통령이 구치소에서 바져나온 오후 5시쯤부터 집회 장소를 용산구 한남동 일대의 대통령 관저로 옮겼다. 윤 대통령이 오후 6시 15분쯤 넘어 관저에 도착해 모습을 드러내자 지지자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지지자들은 "고생했습니다", "힘냅시다"며 화답했다.
손미정 씨(48)는 "대통령이 추운 구치소에서 고생했을 모습을 생각하니 눈물이 난다"며 "관저로 돌아왔으니 편하게 쉬며 탄핵 심판 등 일정을 준비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 경기신문 = 박진석·박희상 수습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