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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진칼럼]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그릇된 확신

 

세상에서 위험한 것은 확신이다. 확신은 연대와 포용의 적이다. 영화 ’콘클라베’에 나오는 이 대사는 지금의 우리사회에 있어 진실로 귀담아들어야 할 경구이다. 이 말을 조금 더 확장하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그릇된’ 확신이라는 말이 된다. 한국의 선관위를 중국과 북한의 해커들이 조종하고 있다는 음모론, 대한민국에 현재 반국가세력, 종북 빨갱이들이 판치고 있다는 근거 없는 확신 등이 그것이다. 얼마나 위험한지는 지난 서부지법 난동 사태에서 확인한 바 있다. 폭동을 일으킨 주범 젊은이들에게 정신교육으로 ‘콘클라베’를 감상하게 할 방법은 없을까. 

 

영국의 대(大)감독 스탠리 큐브릭(1928~1998)은 자신의 1971년 영화 ‘시계태엽 오렌지’에서 폭력과 폭행을 일삼는 청년 알렉스(말콤 맥도웰)에게 루도비코라는 갱생 프로그램을 적용하는 장면을 보여 준다. 사지를 의자에 묶어 놓고 눈을 감지 못하도록 눈꺼풀에 장치를 해놓은 채 역사 영화를 반복해서 보여 주는 것이다. 일종의 세뇌이다. 한국에서 요즘 온갖 패악질을 일삼는 극우 파시스트들을 보면 이렇게라도 강제적으로 의식을 개조하고 싶게 만든다. 극단은 극단을 낳는다. 그러나 그렇게까지 하면 안 된다. 그런 일은 상상도 해선 안 된다. 하루빨리 사회가 정상화되는 길밖에는 방법이 없다.

 

지금의 한국이 1918년에서 1933년까지 꽃피웠던,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 말기를 닮아 있다는 것은 참으로 모골을 송연하게 만드는 일이다. 세기의 독재자 히틀러는 늙고 무능한 대통령 힌덴부르크에 의해 수상이 됐고 그가 죽자마자 총통 자리를 거머쥔다. 히틀러의 선동 정치는 극단적 민족주의, 반마르크스주의, 반유대주의에 기초했다. 윤석열 정부는 일본 중심의 민족주의, 반국가세력을 일소해야 한다는 新반공주의, 반유대주의에 버금가는 반중주의에 모아진다. 히틀러는 뮌헨의 한 비어 홀에서 쿠데타를 도모했으나 실패한 후 잠시 투옥됐다가 석방됐으며 이후엔 쿠테타 대신 군중 선동정치를 강화하고 나치당을 전국에 확대했다. 동시에 당 내부의 명령체계를 강제하면서 독재자의 위치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윤석열도 투옥됐다가 석방됐다. 히틀러의 우중을 이용한 선동정치는 그에게 총선에서 1130만 표라는 공고한 위상을 점하게 했다. 히틀러는 군사력이 아니라 우민들의 표로 집권한 것이다. 그건 윤석열도 마찬가지였다.

 

지금의 한국 상황을 바이마르 시대의 몰락과 지나치게 동일시할 필요는 없다. 다만 바이마르 공화국은 독일 역사를 통틀어 독일 뿐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민주적인 헌법을 제정했던 공화국으로 그 이상이 실현되기는커녕 역사의 최암흑기를 여는 데 일조했다. 바이마르 시대에 나왔던 예술품, 예술가들은 아직까지도 칭송 일변도이다. 건축학교 바우하우스를 만든 발터 그로피우스가 이때 사람이며 연극이론가 베르톨트 브레이트, 작가 토마스, 만화가 바실리 칸딘스키, 막스 라인하르트 등이 모두 이 시대에 활동했던 아티스트들이다. 마치 지금의 한국에서 한강 작가와 박찬욱, 홍상수, 봉준호 같은 영화감독 그리고 로제와 BTS, 블랙핑크 같은 세계적 가수들처럼. 역사는 종종 반복된다. 불행한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으려면 역사를 잘 들여다 보고 배우는 게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요즘 바로 그게 부족하다. 그 점이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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