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영화 ‘위플래쉬’가 지난 12일 재개봉했다. 한국에서 처음 개봉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3월 17일 기준 누적 관객 수는 31,037명으로, 사나흘 만에 3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여전히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빠르게 유행이 바뀌는 시대에 10년이 지난 영화가 다시 흥행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그렇다면 ‘위플래쉬’는 왜 여전히 한국 관객들에게 사랑받고 있을까.
2015년 개봉 당시 ‘위플래쉬’는 전 세계에서 350억 원의 흥행 수입을 기록하고, 다양한 영화제를 휩쓰는 등 큰 성공을 거두었다. 특히 한국에서는 유독 대중적인 사랑을 많이 받았는데, 그 이유는 이 영화의 주제가 한국 사회의 교육 문화 및 경쟁 구조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뉴욕의 명문 음악학교에 입학한 주인공 앤드류가 최고의 지휘자이자 폭군인 플레처 교수의 밴드에 들어가면서 겪는 이야기를 그린다. 플레처 교수는 제자들에게 끊임없는 폭언과 학대를 퍼부으며 한계를 시험하고, 앤드류는 점점 더 광기 어린 집착으로 최고의 드러머가 되기 위해 자신을 몰아붙인다. 영화는 궁극적으로 ‘위대함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보는 이로 하여금 강한 감정적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이 영화가 한국에서 특히 인기가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많은 이들이 플레처 교수의 가르침 방식에 대한 찬반 논쟁을 벌였기 때문이다. 필자가 2015년 개봉 당시 영화를 본 후 주변 지인들과 나눈 대화에서도 플레처 교수의 교육 방식이 과연 정당한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흥미로운 점은 서구권에서는 대부분 그를 명백한 가해자로 보지만, 한국에서는 그의 방식이 비록 과격할지라도 제자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려는 노력으로 평가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도 이 영화가 여전히 사랑받는 이유는 한국 사회가 여전히 치열한 경쟁을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30대 중반이 된 필자는 이 영화를 보며 학창 시절 치열하게 경쟁했던 나 자신을 떠올린다. 그리고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한 지금도 비교와 경쟁이 끊이지 않는 환경 속에서 일하고 있음을 실감한다. ‘위플래쉬’가 한국 관객들에게 끊임없이 회자되는 것은 단순한 음악 영화가 아니라, 많은 이들이 자신의 경험을 투영할 수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개봉 10주년을 맞아 데이미언 셔젤 감독은 한국 관객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위대함은 어떻게 쟁취할 수 있는가부터, 과연 위대함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까지 던져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위플래쉬는 단순히 성공을 향한 열망을 다룬 영화가 아니다. 우리는 무엇을 희생하며 성공을 쫓고 있는가? 그 과정에서 놓치는 것은 없는가? 성공을 위해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는 사고방식이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유효한 지금, 이 영화는 10년이 지나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나는 무엇을 위해, 어디까지 갈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 질문 앞에서 당신은 어떤 답을 할 수 있을까. 이번 주말, 영화관에서 위플래쉬를 다시 보며 스스로에게 묻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이루고 싶은 것과 포기할 수 있는 것, 그리고 미래의 성취를 위해 현재의 행복을 미뤄도 괜찮을지에 대해. 어쩌면 그 고민 자체가, 우리 각자가 찾아야 할 해답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