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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상승률 못 따라가는 퇴직연금 수익률…이유는?

韓 퇴직연금 10년 수익률 2.07%
운용방식 차이가 수익률 격차로
"국민연금 같은 기금형 빨리 도입돼야"

 

우리나라 민간 금융기관들의 퇴직연금 수익률이 물가상승률조차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입자가 사업자와 직접 계약을 맺고 알아서 적립금을 굴리는 '계약형' 운용방식 때문이다. 근로자의 안정적인 노후소득 보장을 위해 기금형 퇴직연금이 조속히 도입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8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퇴직연금의 10년간 연 환산 수익률은 2.07%에 불과하다. 5년 연 환산 수익률도 2.35%에 그친다. 2023년 물가 상승률인 3.6%에도 미치지 못해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수익률은 마이너스다.

 

퇴직연금 수익률을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9년 2.25%, 2020년 2.58%, 2021년 2%, 2022년 0.02%, 2023년 5.26%였다. 제도 시행 이후 5%대 수익률은 2010년과 2023년뿐이다.

 

물가상승률조차 좇지 못하는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금융사들이 가입자에게 부과하는 수수료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8년 8860억 4800만 원이었던 수수료 규모는 2020년(1조 772억 6400만 원) 1조 원을 돌파한 이후 2021년 1조 2327억 원, 2022년 1조 3231억 6100만 원, 2023년 1조 4211억 8600만 원, 2024년 1조 6840억 5500만 원으로 늘었다.

 

퇴직연금이 발달한 서구 국가의 퇴직연금은 안정적인 수익률을 실현하고 있다. 호주의 5년과 10년 평균 퇴직연금 수익률은 각각 5.2%, 7.2%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수익률 격차의 원인으로 퇴직연금 운용 거버넌스의 차이를 지목한다.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방식은 크게 '기금형'과 '계약형' 두 가지로 나뉜다. 퇴직연금 제도를 운용하는 전 세계 주요 국가 중 전체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기금형 퇴직연금이 없는 국가는 우리나라 뿐이다.

 

기금형은 투자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된 별도의 중개 조직이 투자정보가 부족한 가입자(회사 또는 근로자 본인)를 대신해 적립금을 관리하고 집합적으로 투자한다.

 

반면 계약형은 투자 실력이 떨어지는 가입자가 민간 금융기관인 퇴직연금 사업자와 직접 계약을 맺고 각자 스스로 알아서 투자 상품을 선택해서 적립금을 굴려야 한다.

 

원금 손실이 두려운 가입자들은 대부분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장기간 방치해 둬 수익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우리나라 퇴직연금 적립금의 약 89%가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쏠려있다.

 

우리나라의 퇴직연금은 대부분 계약형으로, 기금형 퇴직연금은 근로복지공단이 2022년 9월부터 운영하는 '푸른씨앗'(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이 유일하다. 하지만 이마저도 겨우 적립금 1조 원을 넘길 정도로 규모가 작다.

 

기금형 퇴직연금의 경우, 공공이나 민간의 대형 중개조직이 가입자의 적립금을 모아서 기금을 만들고, 이를 가입자의 이익을 위해 운용하는 만큼 정보 비대칭에 따른 가입자의 투자정보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규모의 경제 이익을 실현해 투자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기금형 연금인 국민연금은 누적 수익률이 연평균 6.82%에 달할 정도로 안정적인 투자 성과를 내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의 지난해 운용 수익률은 15%로 1988년 기금설치 이후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작년 한 해 160조 원의 수익금을 올려 국민연금 기금 적립금은 작년 말 기준 1213조 원으로 늘어났다. 누적 운용수익금은 737조 원에 달했다.

 

국내 퇴직연금 유형 중에서 유일하게 기금형 제도에 해당하는 푸른씨앗의 성과도 일반 퇴직연금 수익률보다 훨씬 높다. 지난해 푸른씨앗의 누적수익률은 14.67%, 연간수익률은 6.52%를 달성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기금형 퇴직연금을 하루빨리 도입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적연금 구조개혁과 퇴직연금 지배구조 개편' 보고서에서 "제도 도입 20년을 맞는 퇴직연금의 당면한 현안 과제는 수익률 제고"라며 "현행 계약형 지배구조는 비효율적인 만큼,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기금형 지배구조를 도입해 퇴직연금의 저조한 수익률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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