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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선희의 향기로운 술 이야기] 봄을 재촉하는 ‘애주’

 

기나긴 겨울이 끝나고 나뭇가지 끝에 연둣빛이 살짝 보이기 시작하면 봄이 왔음을 실감한다. 우리가 실제로 체감하는 것보다 자연은 계절을 거슬리지 않고 우리에게 반가운 소식들을 알려준다. 나뭇가지에 작은 노란 꽃 산수유를 시작으로 화려한 옷을 입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나물들도 많이 만나게 된다.

 

봄에 나오는 나물 중에서 특유의 향을 지니고 있어 내가 좋아하는 재료가 있다. 그 좋은 재료가 쑥이다. 이번에는 계절에 어울리는 쑥을 이용해 술을 빚으려고 한다. 술 이름도 쑥 술이 아닌 艾(쑥 애)를 넣어 ‘애주’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곡물을 이용해 술을 빚어 완성된 술 빛깔 중 최고의 색은 연둣빛의 술이라고 하는데 이번에는 부재료인 쑥으로 맑은 연둣빛을 술에 녹여 보고 싶다. 향과 색으로 중무장한 ‘애주’ 빚는 법은 먼저 멥쌀을 깨끗하게 씻은 후 불려 가루를 빻는다. 물에 쑥을 넣고 팔팔 끓여 쑥 달인 물이 완성되면 가루에 부어 된죽을 만드는데 이것을 범벅이라고 부른다. 이때 날 쌀가루가 보이지 않게 잘 섞어준다. 물이 적게 들어가 죽을 쑤는 데 힘은 들지만, 범벅을 이용해서 술을 빚으면 향이 좋은 술을 얻을 수 있어 술빚는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고 있다.

 

죽이 다 식으면 누룩을 넣고 버무려 통에 넣어 6~7 일정도 발효시키면 밑술이 완성된다. 발효를 시킬 때는 온도 변화가 없는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집마다 환경이 다를 수 있어 발효 기간은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제일 중요한 것 술이 만들어져야 다음 술을 할 수 있다.

 

이렇게 밑술을 담그는 날 일부 쑥은 깨끗하게 씻어 바람이 잘 통하고 그늘진 곳에서 3~4일 정도 말려준다. 생것보다는 향기 더 진하게 느껴지면서 형태도 잘 보존할 수 있다. 다른 재료들도 이 방법을 이용하면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다음에 덧술 할 때 쌀 위에 올려 함께 쪄서 사용하면 좀 더 그윽한 쑥 향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쑥을 넣은 고두밥이 완성되면 차게 식힌 다음 미리 빚어 둔 밑술과 함께 버무려 발효시키면 덧술이 완성된다.

 

술이 다 익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보통 30일가량 충분하게 발효시킨 다음 술을 걸러 맑은 술을 걸러 60일가량 숙성시키면 깊은 맛의 ‘애주’가 완성이 된다. 사람들이 완성된 술은 언제 걸러야지. 맛이 좋은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물어보는 데 제일 중요한 건 재료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질 수 있는 숙성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더 강조하고 싶다. 쑥은 생것을 사용하는 것보다 살짝 익혀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 미네랄 및 무기질, 비타민A 등이 풍부해 봄맞이 체력 보충을 위해서 쑥으로 음식을 해서 드시는데 쌀가루에 살짝 버무려 쪄낸 쑥버무리나 쑥개떡을 만들어 안주로 함께 내놓아도 좋지만 봄 도다리를 넣어 끓인 쑥 도다리국과 함께 향긋한 ‘애주’ 한잔이면 나른한 봄을 이길 수 있을 것 같다. 술을 빚을 때 계절에 나오는 재료를 사용하는 것에 따라 다양한 술을 빚어 볼 수 있는 일상 속 소소한 행복을 찾는 시간을 한번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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