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사들이 요양사업에 진출하고 치매·요양보험을 선보이는 등 시니어 관련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미리 확보하기 위해서다. 금융당국도 규제 완화를 통해 보험사들의 요양업 진출을 지원하고 있는 만큼 이러한 행보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라이프의 요양사업 관련 자회사 KB골든라이프케어는 오는 8월 수원에 개소 예정인 '광교 빌리지' 입소 신청을 받고 있다. 아울러 올해 서울 은평구와 강동구에도 노인요양시설을 신설할 계획이다. 신한라이프도 지난해 11월 성남시에 '분당데이케어센터'를 열었으며, 올해 하남시와 서울 은평구에 실버타운을 개소하는 등 자회사 신한라이프케어를 통해 요양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생보업계 1위인 삼성생명 역시 올해 들어 조직개편을 통해 요양 사업을 담당하는 '시니어리빙 태스크포스(TF)'를 '시니어비즈(Biz)' 팀으로 격상했다. 본격적으로 요양사업에 진출하고자 포석을 다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나생명도 지난해 11월 이사회를 통해 요양 사업 자회사 설립 안건을 의결했으며 KDB생명도 지난해 12월 임차권을 이용한 주간보호센터 개설, 운영 및 장기요양서비스 제공 등의 부수업무를 금융당국에 신고했다.
이처럼 생보사들이 요양사업에 발빠르게 나서는 것은 사회 변화로 인한 경쟁력 약화에 대비해 돌파구를 찾기 위함이다. 의학기술의 발달로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종신보험에 대한 수요는 점차 감소하고 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생보 시장의 성장률은 0.3%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저출생·고령화로 인구 구조가 변하면서 시니어 사업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65세 이상의 인구 비중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18년 8조 원 수준이었던 국내 요양시장 규모는 2022년 14조 4000억 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이용자 수는 103만 명에서 167만 명으로 늘었다.
치매, 요양보험 등 보험업계의 시니어 관련 상품 판매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기준 생보사의 치매·장기요양보험 수입보험료는 183억 3180만 원으로 전년 동기(153억 3356만 원) 대비 19.6% 증가했다. 보험사들은 지난 한 해 동안 3건의 치매·요양보험 관련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하는 등 관련 상품 개발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그간 걸림돌로 작용했던 각종 규제가 최근 들어 우호적으로 바뀐 만큼, 보험업계의 시니어 사업 확장 행보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최근 보험사들이 자회사를 통해 요양, 건강관리 관련 신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부수 업무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또 토지 용도 제한 등으로 불가피하게 요양 이외의 업무를 하는 경우도 허용하기로 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만큼 앞으로 요양사업에 대한 국내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는 요양 사업뿐만 아니라 실버타운과 같은 주거 서비스 공급에 대한 검토도 보다 적극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