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이 오르면서 가계부채가 다시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자 정부와 금융당국이 곧바로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금리 인하를 요구했던 금융당국이 다시 대출 문턱을 높이라고 주문하는 등 정책이 갈지(之)자를 그리면서 은행권의 가계대출 관리는 한층 복잡해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19일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통해 현재 월별·분기별 가계대출 관리체계에 더해 가계대출 추이를 주여 지역 단위로 세분화해 살피고, 은행권의 자율규제 강화를 유도하겠다고 발표했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올해 안정적인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금융권 스스로 3월 시장 상황에 대한 판단을 바탕으로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각각의 상황별로 '운용의 묘'를 살린 금융사 스스로의 자율관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고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달 잠실·삼성·대치·청담 지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해제된 이후 집값이 오르고 거래량이 폭증하자 가계대출이 다시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가계대출은 4조 3000억 원 증가했으며,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는 5조 원이나 늘었다. 서울시는 이날 강남·서초·송파·용산구 전체 아파트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하는 등 뒷수습에 나섰다.
은행들은 대출 문턱을 다시 높이고 있다. NH농협은행은 갭투자(전세보증금으로 주택 매매 잔금을 치르는 것) 등 투기성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오는 21일부터 서울지역의 조건부 전세대출의 취급을 중단한다. SC제일은행도 오는 26일부터 다주택자의 생활안정자금 목적 신규 주담대를 중단하기로 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이미 수도권 1주택자의 주담대를 제한 중이다.
당분간 은행권은 대출 규제 강화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오는 7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규제를 앞두고 막차 수요로 인해 상반기 가계대출이 급속도로 늘어날 가능성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고 있고, '이자 장사'를 둘러싼 금융당국의 매서운 눈초리로 인해 금리 조정을 통해 대출 수요를 억제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처럼 가계대출을 둘러싼 정책이 갈팡질팡하면서 은행권의 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올해 초까지만해도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에 맞춰 대출금리를 낮추라고 압박했고, 이에 시중은행들은 줄줄이 가산금리를 내려 왔다. 대출금리가 떨어지면 대출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음에도, 증가율을 억제해야 하는 모순적인 상황에 놓인 셈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금리를 낮추면서 동시에 대출을 옥죄라고 하니 난감한 상황"이라며 "정책 번복으로 규제가 시시각각 바뀌면 소비자들의 혼란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