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가 재건축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분쟁에 중재안을 제시하면서 조합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광명시 철산주공8·9단지(철산자이 더 헤리티지) 재건축 조합과 GS건설 간의 공사비 분쟁에서 경기도가 596억 원의 중재안을 내놓은 것이 논란의 불씨가 됐다.
2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경기도는 최근 조합에 596억 원 규모의 공사비 증액 중재안을 제시했다. 이는 GS건설이 올해 1월 추가로 요구한 1032억 원의 약 57% 수준이다.
철산주공8·9단지는 2019년 12월 GS건설과 8776억 원 규모의 공사비 계약을 체결한 후 2021년 12월 착공했다. 이후 2022년 2월 416억 원, 2023년 12월 585억 원이 증액돼 현재까지 공사비는 9777억 원으로 조정됐다. 그러나 올해 1월 GS건설은 1032억 원을 추가 요구하며 총 1조 809억 원으로의 조정을 요청했다.
GS건설은 “공사비 협상이 완료되지 않으면 입주가 제한될 수 있다”고 조합 측에 통보했으며, 현재 공사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어 오는 5월 입주를 앞두고 있다. 다음 달부터 사전점검이 예정돼 있지만, 협상이 결렬될 경우 GS건설이 유치권을 행사해 입주를 막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해부터 정비사업 현장에서 공사비 분쟁이 발생할 경우 법률, 회계, 건설·토목 전문가를 투입해 중재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약 30명의 전문가를 위촉했으며, 현재까지 도내 7곳의 정비사업 현장에 개입했다.
그러나 이러한 중재 방식이 조합 측에 유리하게 작용하면서 일부 조합이 이를 악용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조합이 중재 절차를 이용해 공사비 인상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을 펼칠 경우 시공사의 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며 “결국 건설사의 사업성이 악화하고 정비사업 자체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도는 현재까지 6개 시(광명 2곳, 안양, 남양주, 의왕, 수원, 이천)에서 7건의 공사비 분쟁 중재를 진행했으며, 앞으로도 매월 시·군 단위로 수요 조사를 실시해 추가 개입할 방침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행 중재 제도가 조합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큰 만큼, 보다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공사비 분쟁이 발생할 경우, 조합과 시공사 모두 객관적인 원가 검증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등의 보완책이 필요하다”며 “특히 조합이 악용할 여지가 있는 요소들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