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안양시 청소년재단 대표이사의 자진사퇴는 단순한 인사 실패가 아니라, 예견된 파국이었다.
이는 안양시가 지속적으로 반복해온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 인사’, ‘퇴·캠·낙(퇴직공무원, 캠프 출신, 낙하산) 인사’라는 후진적 인사 관행이 자초한 결과이며, 명백한 ‘행정 실패’다.
안양시의 출자·출연기관은 시민의 삶과 가장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정책 실행의 현장이다.
이 기관의 수장 선임은 행정의 철학과 통치의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이며, 그 인사 시스템은 곧 지방자치의 품격을 결정짓는다.
하지만 최대호 시장은 이러한 기본을 무시한 채, 인사를 정무적 보은과 사적 관계의 도구로 전락시켰다.
이번 청소년재단 대표이사 채용의 결말은 처참했다.
채용 과정에서 형식적 공모, 편향된 면접, 그리고 인사청문회에서 전문성과 도덕성 결여 문제 등이 제기됐다.
시장은 이 모든 지적을 무시한 채, '측근 챙기기'라는 비난을 자초하며 임명을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청문회를 연지 8일 만에 후보자는 여론과 조직 내 반발 속에 스스로 사퇴했다.
이는 자진사퇴가 아니라, 시민들의 상식이 만들어낸 강제 퇴진이었다.
이것은 사실상 최대호 시장의 인사에 대한 평가표이다.
더욱 참담한 현실은, 청소년 정책의 전문성과 현장 경험을 겸비한 지역 인재가 정작 안양에서는 탈락하고, 인근 과천시에서는 환영받아 지난 1일 과천청소년재단 대표이사로 취임했다는 점이다.
안양은 실력 있는 인재를 외면했고, 과천은 그 인재를 영입했다.
이 대조는 안양시 인사 시스템의 후진성과 ‘답정너 행정’, ‘밀실행정’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안양시는 능력보다 시장에 대한 충성심을, 전문성보다 정치적 편향성을 우선시한 결과, 안양 시민은 안중에도 없었다.
이러한 인사 행태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반복되고 구조화된 ‘사유화된 인사 시스템’의 폐해이다.
특정 퇴직 공무원, 선거캠프 출신 인사들이 마치 예비 당첨자처럼 출연기관장을 꿰차고, 그 절차는 요식행위로 위장되었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공정한 경쟁이 무의미해지고, 결과는 늘 ‘답정너’로 귀결된다.
인사청문회 또한 명분만 남은 형식일 뿐, 비판적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
인사가 정무적 포상으로 전락한 상황에서, 시민들의 복리증대는 더 이상 기대조차 힘들게 되었다.
이번 후보자 자진사퇴는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안양시민들의 상식이 비상식적 인사 앞에서 끝내 버텨낸 결과이자, 공정한 시스템을 요구하는 시대정신이며, 낡고 고착된 인사 관행을 몰아낸 승리라 할 수 있다.
최대호 시장은 이제라도 인사시스템 전반을 뿌리부터 개혁해야 하며, ‘제 식구 챙기기’보다 ‘안양시민 챙기기’를 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안양시는 이제 더 이상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인사 시스템 전반에 대한 총체적 개혁에 착수해야 하며, 다음과 같은 조치를 즉각 시행해야 한다.
첫째, 공모 절차의 실질화다. 형식적인 공고와 보여주기식 면접은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
둘째, 심사위원 구성의 다양성과 전문성 확보가 필요하다. 내부 관료 중심의 구조로는 진정한 평가가 어렵다.
셋째, 인사청문회가 실질적 견제 장치로 작동할 수 있도록 법·제도의 정비가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외부 시민 감시 시스템의 도입을 통해 인사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
청소년이 곧 우리 안양의 미래이다.
미래를 책임질 청소년 정책을 ‘과거 방식의 인사’로 후퇴시킬 수는 없다.
안양시는 이번 사퇴를 일회성 해프닝이 아닌 시민들로부터 신뢰받는 지방정부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로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