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시 팔달구 서호꽃뫼공원 한쪽에 초록색 트럭이 자리를 잡았다. '수원수목원'이라고 적힌 트럭이 열리자 모종삽과 호미, 앞치마 등 정원용품이 걸려있었고 여러 명의 자원봉사자가 흙과 어린 식물 모종 등을 펼치고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하는 '찾아가는 새빛 정원상담실'이 문을 열었다.
식목 행사에 맞춰 시범 운영한 정원상담실의 첫 손님은 6~7세 어린이들과 세류동 홍익어린이집에서 방문한 어린이들이었다. 20여 명의 어린이들은 상추를 심고 이끼와 돌로 작은 테라리움 상자를 장식하기도 했다.
인솔 교사 김미진 씨는 "아이들이 자연과 친해지는 기회가 점차 줄어들고 있어 아쉬웠는데 찾아가는 새빛 정원상담실로 생태를 알려줄 수 있어 도움 됐다"며 "다른 어린이집도 신청해 참여하도록 입소문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내 집 안 펼쳐지는 작은 정원
찾아가는 새빛 정원상담실은 시가 정원문화 확산을 위해 올해 처음 도입한 사업이다. 생활 속 정원문화 창출을 위해 수원수목원에서 운영하던 정원상담실의 접근성을 개선해 많은 시민이 정원문화를 접할 기회를 만들었다.
정원상담실에서는 식물 전문가들이 직접 정원 가꾸기의 궁금증이나 어려움을 듣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한편 식물을 직접 가꾸는 방법을 알려준다. ㈔한국나무의사협회 수원시분회, ㈔생태조경협회, 수원수목원 자원봉사자 등과 함께 행정복지센터는 물론 복지시설, 공동주택단지, 학교 등 정원상담이 필요한 어디든 찾아갈 예정이다.

정원 문화 확대는 올해 시 녹지사업의 주요 방향이다. 관내 1000개 조성을 목표로 한 손바닥정원의 경우 도심 곳곳에서 정원문화 확산의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유휴지나 자투리 공간, 틈새 등 도시 내 작은 공간에 식물을 심어 녹색지대를 만들면서 시민들이 일상에서 정원문화를 경험하도록 한다.
정원 문화 확산의 제도적 기반 마련에도 주력한다. 지난 2023년부터 연 2회씩 정기적으로 개최했던 정원의 날을 정원문화와 정원을 가꾸는 사람들의 축제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정원 관련 조례를 제정해 정원문화 진흥의 근거를 마련하고, 그 안에 정원의 날 운영에 관한 내용을 명시해 하반기 중 선포할 예정이다.

◇재미와 힐링, 커뮤니티까지…공원 활용 '기대'
도시의 푸름을 더하는 관내 공원들도 다각적인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주변 주민들이 산책이나 가벼운 운동 위주로 이용하는 것을 넘어 이용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활용 가능한 공원을 만들겠다는 의지다. 이에 시는 공원녹지 이용 활성화를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앞서 시는 시민들의 공원 이용 행태와 만족도를 확인했다. 공원 이용 활성화 기반과 환경을 구축하고자 진행한 설문조사는 지난해 5~6월 새빛톡톡을 통해 1751명이 참여했다.

응답자의 89.3%는 산책과 운동을 목적으로 공원을 이용한다고 답했는데 50세 이하는 저녁 시간, 50세 이상은 오전과 오후 시간대 공원을 이용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반적인 공원 이용에 대해 '만족한다'는 응답은 83.5%를 기록했다.
시는 이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시민이 다양한 여가와 문화를 즐기는 공간으로 공원을 활용하도록 행정력을 집중할 예정이다. 공원 이용 활성화 계획에는 관내 공원의 인프라와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구체적 방안이 포함된다. 주변 자연을 감상하며 복합문화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공원 내 카페를 조성하는 것이 그 예다.

특히 더 많은 시민이 공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변화도 꾀한다. 인구 구조 변화에 대응해 기존 어린이공원을 가족공원으로 전환한다. 구도심에 위치해 어린이의 이용이 거의 사라진 지역 내 어린이공원의 경우 교양 및 편익시설을 갖춘 가족공원으로 리모델링하면 더 많은 시민이 공원을 찾고 즐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민이 원하는 모습 그대로…민·관 협력 강화
시는 지역 내 정원 문화를 확대하고 공원의 다양한 변화를 꾀하는 과정에 민간 기관 및 시민과의 협력도 강화한다. 녹지 사업 관련 부서는 물론 협업기관과 전문가, 민간 업체 등과 함께 시를 더 푸른 도시로 만들어 갈 예정이다.
우선 도시개발 초기 단계부터 공원녹지 계획을 충실히 반영할 수 있도록 협력체계를 구축한다. 시에 새로 생기는 공원과 녹지가 이용자인 시민에게 더 효과적인 공간이 될 수 있게 매뉴얼을 개발하고 활용하도록 관련 부서들과 협력을 강화한다.
전문적이고 현실적인 정책 개발에는 공원녹지정책연구회가 힘을 보탠다. 도시 및 조경 분야 전문가와 함께 지역 사정에 걸맞은 맞춤형 공원녹지 정책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기회를 마련한다. 이를 통해 공원 이용 활성화 및 거점 어린이공원 등 다양한 공원 사업 확대의 출발점을 마련할 예정이다.
시민단체와의 협력도 강화된다. 지역 내에서 녹지와 관련된 활동을 하는 시민단체가 네트워킹하며 대시민 녹지서비스를 제고하는 의견을 더한다. 조경 관련 단체, 나무의사협회, 수목원 자원봉사자와 손바닥정원단 등이 녹지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시 공원녹지사업소 관계자는 "시의 공원과 정원이 시민들에게 더 가깝고 즐거운 곳이 되도록 내실 있게 정책을 준비하고 추진할 것"이라며 "시민과 함께 만들고 느끼고 체험하는 공원 및 정원 문화를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장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