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수입차 관세 부과 방침에 대응해 정부가 자동차 산업에 총력 지원에 나섰다. 유동성 16조 원 공급, 수출바우처 확대, 전기차 보조금 인상 등 ‘통상충격 대응 3종 대책’이 총망라됐다. 피해가 본격화되기 전 선제적 조치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정부는 9일 오전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자동차 생태계 강화를 위한 긴급 대응대책’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달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수입 자동차 및 부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데 따른 조치다. 현재 한국의 대미(對美) 자동차 수출은 전체 수출(708억 달러)의 절반에 가까운 347억 달러(약 49%)에 달해, 관세 현실화 시 업계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정부는 우선 정책금융 2조 원을 추가 공급해 총 16조 원 규모의 유동성을 자동차 업계에 긴급 투입한다. 정책금융 소진율과 기업 수요 변화에 따라 추가 확대 방안도 검토된다.
특히 중소 부품업체 등 피해기업에는 긴급경영안정자금 2500억 원을 별도로 편성해 업체당 최대 10억 원까지 지원하며, 미래차 전환에 나서는 기업에는 이차보전 혜택을 준다. 중소기업엔 2%p, 중견기업엔 1.5%p 수준이다.
또 법인세·소득세·부가세 납부기한을 최장 9개월까지 연장하고, 관세 납부 유예도 최대 1년까지 가능하게 했다.
현대차·기아 협력 중소기업에는 별도 긴급 프로그램이 가동된다. 현대차와 금융권이 공동으로 460억 원을 출연하고, 기술보증기금과 신용보증기금, 무역보험공사의 보증을 통해 총 7900억 원 규모의 유동성을 지원한다. 여기에 현대차 출연금과 신보 보증을 통해 2250억 원 규모의 프라이머리 CBO 발행도 추진된다.
정부는 미국 수출 위축에 대응해 국내 전기차 수요 진작에도 나선다. 전기차 보조금 제도를 손질해, 기업의 할인액에 비례한 추가 보조금 지원 기간을 연말까지 연장하고, 보조금 매칭 비율도 기존 20~40%에서 30~80%로 대폭 확대한다.
예를 들어 5000만 원대 전기차에 대해 기업이 300만 원을 할인하면 기존에는 60만 원이던 정부 지원이 90만 원까지 늘어난다.
관세 직격탄을 맞은 수출기업을 위해 ‘관세대응 수출 바우처’ 제도도 신설된다. 기존 수출 바우처 예산(2400억 원)에 더해 1000억 원 이상이 추가 투입된다.
무역보험 한도는 최대 2배까지 확대, 단기수출보험료는 60% 할인이 연말까지 연장된다. 또 부품기업 전용 선복(Freight Space)도 확보해 7월부터 공급되며, 북미 공동물류센터도 기존 45곳에서 50곳으로 늘린다.
정부는 미래차 산업 육성에도 박차를 가한다. 레벨4 자율주행차를 2027년까지 상용화하기 위한 통합 기술 로드맵을 상반기 중 마련하고, 올 3분기에는 ‘2025~2029 미래차 부품산업 기본계획’을 수립한다.
관련 기술은 국가전략기술로 지정, R&D 세액공제율을 중소기업은 최대 50%, 대기업은 최대 40%까지 적용할 방침이다.
또 친환경 기술이 포함된 자동차 시설은 조세감면 및 자금지원 대상 청정생산시설로 인정돼 수도권에서도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이르면 이달 중 자율주행차 안전 인증 시행령 개정도 마무리해, 운전자 없이 주행 가능한 차량의 상용화를 위한 법적 기반도 정비할 계획이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