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시설은 단순한 건물이 아닙니다. 안성시민의 삶과 도시의 미래가 달린 문제입니다”
14일, 안성시민 2,274명의 서명이 담긴 ‘안성시 의료폐기물소각시설 도시관리계획 제안 반려 청원서’가 안성시의회에 전달됐다. 이날 ‘안성시 의료폐기물소각시설 설치 반대 주민협의회(이하 의폐반대협의회)’는 안정열 의장을 찾아 시설 설치를 전면 반대하며, 도시관리계획 입안 자체를 반려해달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청원서에는 단순한 감정적 반발이 아닌, 도시정책·환경안전·행정절차·시민 주권에 이르기까지 총 7가지의 반려 사유가 조목조목 담겼다.
도시계획, 환경정책 모두 위배… “누구를 위한 시설인가”
가장 먼저 지적된 것은 도시계획과의 불일치다. 소각시설 설치가 예정된 서부생활권은 이미 중·고밀도 주거지역으로 설정된 곳이다. 해당 부지 인근은 향후 주거 중심지로 개발될 예정인 만큼, 주민의 일상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환경정책과의 충돌도 심각하다. 안성시는 현재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다수의 정책을 추진 중이지만, 해당 사업자가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에 따르면 예측 초미세먼지(PM-2.5) 수치가 국가환경기준을 초과했다. 특히 장기 운영에 따른 오염물질 누적 배출 예측이 빠져 있어 평가의 신뢰성도 의심받고 있다.
시민은 300톤, 시설은 1만6천톤… “우리 땅에 남의 쓰레기를?”
의폐반대협의회는 “시설 가동 시 연간 1만6,320톤의 의료폐기물이 소각되는데, 이는 안성시의 실제 의료폐기물 발생량인 연 300여 톤의 50배가 넘는다”며 “지역을 위한 시설이 아니라 외부 쓰레기를 태워 수익을 내기 위한 영리사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의폐처리는 원칙적으로 폐기물 발생지에서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해당 시설은 외지 의료폐기물의 대량 유입을 전제로 하며, 그 부담은 고스란히 안성시민의 건강과 생활환경에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주민 수용성 ‘형식적’ 확보… 상생협약은 동의 없는 절차 왜곡
더 심각한 문제는 주민 의견 수렴 과정에서 발생했다. 의폐반대협의회는 “지역주민상생협의체라 명명된 조직은 실제 영향권 내 주민이 아닌 단체 임원과 사업자 중심으로 구성됐으며, 정작 주민 개개인의 의사는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일부 이장들이 주민 동의 없이 마을 대표 자격으로 상생협약을 체결하고, 마을별로 현금 500만원씩을 수수한 정황도 제기됐다. 한강유역환경청 또한 ‘주민 수용성 확보’ 조치를 수차례 요구했지만, 사업자의 후속 조치는 형식적 요식행위에 그쳤다는 것이 협의회의 지적이다.
의폐반대협의회는 “이 시설은 단순히 환경시설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지속가능성과 주민의 건강권, 재산권, 그리고 민주적 절차의 문제”라고 밝혔다. 현재 안성시는 LNG발전소, 산업단지, 송전선로 등 연이은 환경기초시설 추진으로 환경 리스크가 고조되고 있다. 그럼에도 의료폐기물소각시설에 대한 누적적 환경영향 평가는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청원서에는 “시민의 삶과 도시의 장기 비전, 주권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방어선은 시의 결단”이라며 “시장에게 부여된 도시계획 결정 권한으로 해당 입안 제안을 즉시 반려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한편, 시민들의 뜻을 담은 ‘안성시 의료폐기물소각시설 도시관리계획 제안 반려 청원서’는 지난 11일 안성시에 먼저 제출됐으며, 이날 시의회를 통해 다시 한번 공식적인 반려 요청이 이뤄졌다.
[ 경기신문 = 정성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