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1분기 한국 경제가 다시 뒷걸음질쳤다. 소비와 투자가 모두 부진한 가운데 수출마저 감소하며 분기 성장률이 -0.2%를 기록, 지난해 2분기 이후 불과 세 분기 만에 다시 마이너스 성장에 빠졌다. 연간 성장률이 한국은행의 기존 전망치(1.5%)보다 낮아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24일 발표한 ‘2025년 1분기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서 실질 GDP가 전 분기 대비 -0.2% 감소했다고 밝혔다. 지난 2월 발표했던 공식 전망치(+0.2%)보다도 0.4%포인트(p) 낮은 수치다.
분기별 성장률은 지난해 1분기 ‘깜짝 성장’(+1.3%) 이후 2분기 -0.2%로 꺾였고, 3·4분기 모두 0.1%에 머물며 반등에 실패했다. 올해 1분기까지 이어진 경기 부진은 내수 침체와 글로벌 불확실성에 따른 투자 위축의 영향이 컸다.
한은은 앞서 “국내 정치 불확실성 장기화와 미국의 보호무역 우려, 건설 현장 공사 중단, 일부 기업의 고성능 반도체(HBM) 출하 지연, 그리고 역대 최대 산불 피해 등이 1분기 성장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한 바 있다.
◇ 소비·투자 동반 후퇴…설비투자는 3년 반 만에 최저
부문별로 보면 민간소비는 -0.1%, 정부소비 역시 -0.1%로 모두 감소했다. 오락·문화와 의료 등 서비스 소비가 줄고, 건강보험 지출이 감소한 영향이다.
건설투자는 건물 건설 부진으로 -3.2%, 설비투자도 -2.1%로 뚝 떨어졌다. 특히 설비투자의 감소 폭은 2021년 3분기(-4.9%) 이후 14분기 만에 최저 수준이다. 반도체 장비를 포함한 기계류 투자가 줄었다.
수출은 화학제품과 기계류 부진으로 1.1% 줄었지만, 수입도 에너지류 중심으로 2.0% 감소해 순수출은 성장률을 0.3%p 끌어올렸다. 내수는 오히려 성장률을 0.6%p 깎아내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 제조업·건설업 위축…서비스업은 제자리
업종별 성장률을 보면, 제조업은 -0.8%, 건설업은 -1.5%로 뚜렷한 역성장을 나타냈다. 반면 전기·가스·수도업은 7.9%, 농림어업은 3.2% 성장하며 대조를 이뤘다.
서비스업은 0% 성장에 그쳤다. 금융·보험과 정보통신 분야는 증가했지만, 도소매·운수업·숙박음식업은 감소하며 전체 업황이 정체된 모습이다.
1분기 실질 국민총소득(GDI)도 전 분기 대비 0.4% 줄었다. 수출입 조건의 악화와 교역 손실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오는 5월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성장률 예측치를 조정할 방침이다. 시장에서는 1%대 초중반 혹은 그 이하로 낮아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