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 계열 카드사들은 올해 1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낮은 가맹점수수료율과 소비 위축, 연체율 상승 등 복합적인 악재가 겹친 영향이다. 카드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생존을 위한 리스크 관리와 체질 개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주계열 4개 카드사의 1분기 순이익은 총 3076억 원으로 전년 동기(4067억 원) 대비 24.4% 줄었다.
카드사별로는 희비가 엇갈렸다. 신한카드는 전년 동기 대비 26.7% 감소한 1357억 원의 실적을 시현했다. KB국민카드도 845억 원을 기록하며 1년 전보다 39.3% 줄었다.
반면 하나카드의 1분기 순이익은 54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 늘었다. 우리카드 역시 328억 원의 실적을 시현하며 1년 새 13.1% 성장했다. 판매관리비 억제 등 비용효율화 노력이 실적 방어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낮은 가맹점 수수료율로 인해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내수 침체로 인해 카드 이용액까지 줄면서 전반적으로 실적이 악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지난해 12월 이후 5개월째 장기평균치(100)를 밑돌고 있다. 9개 카드사들의 올해 2월까지 누적 카드 이용액 증가율 역시 1.4%로 물가상승률(2%)에 미치지 못한다.
부실에 대비하기 위해 대손충당금을 늘린 것도 실적에 타격을 입혔다. 신한카드의 대손충당금은 255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8% 늘었다. 국민카드의 충당금 전입액은 2847억 원으로 1년 새 46.5%나 증가했다. 대손충당금은 카드사가 고객들로부터 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될 가능성에 대비해 미리 쌓아두는 금액을 말한다.
특히 카드사들의 연체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건전성 관리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지난해 은행권의 대출규제가 강화되면서 중·저신용자들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카드론·현금서비스 등을 이용했다가 경기가 악화하면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하는 사례가 늘어난 영향이다.
4개 카드사의 1분기 연체율은 평균 1.81%로, 이들 모두 전분기보다 상승했다. 하나카드가 전분기 대비 0.28%포인트(p) 오른 2.15%를 기록하며 연체율이 가장 높았다. 우리카드의 연체율은 1.87%로 전분기 대비 0.48% 올랐다. 국민카드와 신한카드의 연체율은 1.61%로 각각 전분기 대비 0.3%p, 0.1%p씩 올랐다.
게다가 올해 초 금융당국이 가맹점 수수료율을 조정하면서 추가 수익성 저하가 불가피해진 만큼, 카드사들의 어려움은 한층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14일부터 시행된 카드수수료 개편안에 따라 연매출 30억 원 이하의 영세·중소가맹점에 대한 신용·체크카드 수수료율은 최대 0.1%p 떨어졌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은 연간 수백억 원 규모의 수익 감소를 감내해야 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내수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데다, 연체율 상승과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등의 구조적 리스크가 겹치면서 카드업계의 수익성 방어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며 "하반기에는 리스크 관리 강화와 비용 절감 노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