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근무 환경 개선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급식실 역시 열악한 환경으로 조리실무사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30일 경기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대표단은 지난 21일부터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급식 노동자 처우 개선을 위한 단식농성에 돌입, 이날로 단식농성 10일차에 접어들었다.
경기 지역에서도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가 단식농성에 참여하며 급식 위기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그간 학교 비정규직의 저임금 고강도 노동 문제 해결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왔으나 올해도 급식실무사 신규 채용이 미달되고 중도 퇴사자는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나며 심각성이 부각되는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 학교급식실노동자 결원현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도 대구를 제외한 전 지역에서 결원이 발생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경기 지역의 경우 결원률이 3%이다.
신규채용 역시 높은 미달률을 기록했다. 전국 평균 결원률은 29%에 달하며 경기 지역은 평균보다 낮은 24%이지만 결코 낮은 비율이 아니라는 점에서 학교 급식실에 '위기'가 찾아온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결원률과 미달률이 높은 상황에서 저임금, 고강도의 노동을 버티지 못하고 중도 퇴사하는 급식실무사들도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3년간 3개월 이내 퇴사자의 비율은 2022년 11.7%에서 2023년 12.6%, 2024년 15.6%로 증가했으며 6개월 이내 퇴사자의 비율 역시 17.3%에서 18.9%, 22.8%로 치솟았다. 3개월 이내 퇴사자의 비율은 6개월 이내 퇴사자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급식실무사를 퇴사로 내몰고 있는 것은 저임금 고강도 노동의 비정상적 구조뿐만이 아니다. '조리흄'으로 인한 폐암의 위험 역시 급식실무사들을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 조리흄은 튀김, 구이 등 기름을 이용해 고온으로 조리할 때 발생하는 유해물질로,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조리흄을 발암물질로 뷴류하고 있다.
실제 지난 2021년 수원의 한 중학교의 급식 노동자가 폐암으로 사망한 사건이 업무상질병으로 처음 인정되며 조리흄의 위험성이 알려졌으며 2021년 이후 집계된 통계로만 13명의 급식 노동자가 폐암으로 사망했다. 2023년 수원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급식종사자 8명 가운데 5명이 폐결절 등 이상소견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학교 현장에서는 학생들의 안정적 급식을 위한 결원률 감소와 급식 노동자들의 안전한 근무 환경을 위한 개선이 시급하다는 요청이 나오고 있다.
최진선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기지부장은 지난 24일 기자회견을 통해 "45kg에 지나지 않는 급식 노동자가 온 몸을 다 던져 200kg의 제육볶음을 볶는 것이 급식실의 참혹한 현실"이라며 "손가락이 다 휘고 염증으로 관절 마디마디가 고통스러워 진통제와 근육이완제를 매일 나눠 먹으며 아이들의 밥을 짓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의 건강과 미래를 걱정하고 극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마음을 헤아린다면 형식적 정책이 아닌 실질적 대책과 결단을 내야 한다"며 대책 마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경기신문 = 박민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