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9일 후보 선출 전당대회 후 처음으로 의원총회에 참석했으나 20분 만에 파국을 맞아 대선 후보 등록을 하루 앞두고 대선 후보와 당 지도부가 충돌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또 연출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는 김 후보를 웃으며 맞이했다.
김 후보가 의총장에 들어서자 의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로 환영했고, 권 원내대표는 김 후보에게 꽃다발을 건넸다.
권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을 통해 “김 후보의 살아온 삶의 궤적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뜨겁게 살아오신 분”이라고 말했다.
또 “경기지사 재임시절에는 GTX, 판교 테크노밸리와 같은 굵직굵직한 사업들을 추진했다”며 “이재명 같은 구설수는 단 한 번도 없었던 그야말로 청렴결백의 아이콘”이라며 김 후보를 추켜세웠다.
이어 “단일화에 대한 강한 열망에 대해 언급하는 과정에서 제가 후보에게 다소 과격한 발언을 내놓은 바가 있다”며 “이 자리를 통해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이는 전날 김 후보를 향해 “알량한 대통령 후보 자리를 위해”라며 “정말 한심한 모습”이라고 발언한 것에 대한 사과다.

이어 김 후보가 연단에 들어서자 의원들은 힘찬 박수를 보냈고, 김 후보도 의원들을 향해 “사랑합니다”라며 팔로 ‘하트’를 만들어 화답했다.
하지만 화기애애했던 분위기는 김 후보가 당의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와의 단일화 추진에 대한 불만과 비판을 쏟아내기 시작하며 급변했다.
김 후보는 “당 지도부가 현재까지도 김문수를 끌어내리고, 무소속 후보를 우리 당의 대통령 후보로 만들기 위해 온갖 불법·부당한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며 “이 시도는 불법적이고, 당헌·당규 위반이며 민주주의 질서를 파괴하는 반민주적 행위다. 즉각 중단해 달라”고 비판했다.
이어 “단일화는 자유 진영의 단일대오를 구성해서 경쟁력을 높이자는 것인데, 지금의 단일화는 저를 끌어내리고 선거에서 한 번도 검증받지 않은 무소속 후보를 우리 당의 대통령 후보로 만들어 주려는 작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라며 “이런 단일화에 제가 응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특히 “저의 단일화 방안을 이미 말씀드렸으니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 그러나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생각해 달라”며 “단일화는 이재명에게 승리하기 위해서 이뤄져야 한다. 이기는 단일화가 돼야 한다. 도대체 이 단일화의 목적이 무엇이냐”고 질타했다.
또 “우리 스스로 정당하고 합법적이어야 하고, 국민에게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정치를 해야 한다”며 “지금 당 지도부가 하고 있는 강제 단일화는 저를 끌어내리고, 무소속 후보를 우리당의 대통령 후보로 만들기 위한 작업에 불과하다. 그래서 응할 수 없다”고 거듭 못박았다.

그러자 곧바로 연단에 오른 권 비대위원장은 “솔직히 대단히 실망스럽다”며 “지도자라면 그리고 더 큰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이라면 자기 자신을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발언을 마친 권 비대위원장은 곧바로 의총장을 떠났으며, 이어 잠시 뒤 김 후보도 의총장을 가로질러 출구로 향했다.
이에 의원들은 “얘기 좀 듣고 가세요”라고 요청했고, 일부 의원들은 통행로로 나와 퇴장하려는 김 후보를 가로막았지만 김 후보는 그대로 의총장을 빠져나갔다. 김 후보는 박수를 받으며 입장했지만 퇴장할 때는 원망의 눈초리가 많았다.
몇몇 의원들은 의총장 밖까지 따라가며 “가면 안 된다”고 김 후보를 만류했지만, 김 후보는 그대로 국회를 떠났고, 의총은 20분 만에 중단됐다.
김 후보가 당이 추진하는 한 보와의 단일화 일정을 수용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함에 따라 당 지도부가 예정된 로드맵에 따라 단일 후보 선호도 조사를 강행하고 후속 절차를 진행할지 주목된다.
만약 선호도 조사에서 한 후보가 높게 나올 경우, 한 후보가 입당하며 국민의힘 후보 등록이 추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 경기신문 = 김재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