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노동 분야에서 주4.5일제 도입 속도를 조절하려 하면서 저출생 공약도 지난 대선 부모의 돌봄 환경 개선에서 국가 지원 강화 중심으로 달라졌다.
주4.5일제는 양육자의 직접 육아를 가능케 하는 것이 당초 취지로 단순 노동정책이 아닌 부모의 워라밸, 노인의 사회참여 기회 확대, 청년의 노인 부양 부담 경감에 걸친 정책이다.
결국 주4.5일제 속도 조절, 연금 모수개혁 등 이 후보의 공약들이 청년층 부담을 가중하는 방향으로 모이면서 문제의 시초인 노동 분야에서 노사 간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13일 경기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이 후보는 10대 공약 중 하나로 저출생·고령화 해소 및 돌봄체계 구축을 제시했다.
이 후보는 공공 아이돌봄 서비스 지원 강화, 지자체 협력형 초등돌봄 추진, 초등학교 방과후학교 수업료 지원 확대, 정부 책임형 유보통합 등 ‘함께 돌보는 국가’를 공약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도 24시간 돌봄시설·긴급 돌봄시설 확대, 치매 안심 국가책임제 강화, 치매 돌봄 코디네이션 확대 등 돌봄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화했다.
특히 이 후보의 저출생 대응 공약은 지난 대선에서 부모의 직접 돌봄 환경을 개선하는 내용이 중심이었다면 이번에는 국가가 개입하는 내용으로 바뀐 점이 두드러진다.
지난 대선에서 이 후보의 주요 저출생 공약은 자동 육아휴직등록제 등 부모의 육아환경을 개선하는 것이었다.
이같은 변화는 주4.5일제 속도 조절과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주4.5일제는 노동환경 개선을 목적으로 논의되고 있지만 이를 최초 시행한 민선8기 경기도에서는 노동 분야보다도 저출생 관련 분야에서 먼저 거론됐다.
부모의 노동시간을 단축해 경력단절 없이 직접 육아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도는 ▲격주 주4일제 ▲주35시간제 ▲주4.5일제 ▲혼합형 중 한 가지 방식을 선택하는 주4.5일제와, 주4.5일제의 상위 정책격인 0.5&0.75잡(주 20시간 또는 30시간)을 시행 중이다.
최근 ‘우클릭’ 행보를 보이고 있는 이 후보는 기업친화적 차원에서 주4.5일제 도입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입장인 만큼 저출생 공약 기조도 바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후보는 10대 공약에 주4.5일제를 포함하면서도 최근 기업인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어느 날 갑자기 (주4.5일제를) 시행할 수는 없다. 충분한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어르신 돌봄 강화 공약도, 연금개혁 방향도 결국 주4.5일제 속도 조절 기조 아래 일맥상통한다.
주4.5일제는 고령 구직자를 고용하고 싶어도 주5일까지는 필요하지 않아 고용을 망설이는 기업들의 구인 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노인의 사회참여 기회 확대와도 연계된다.
또 노인의 사회참여 기회 확대는 청년의 노인 부양 부담 경감으로 이어진다.
앞서 0.5&0.75잡을 제안한 윤덕룡 경기도일자리재단 대표이사는 “현 중장년층이 단체로 노령 빈곤 세대가 되면 국가적으로 큰 부담”이라며 “연금이 없는 사람도 상당수다. 지금부터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5년 후 큰 부담이 된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는 “결국 청년 1명이 다수 노인을 부담하게 된다”며 “건강이 허락하면 3일이라도 일해서 최소한 자기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0.5잡 등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 후보의 연금개혁안은 최근 보험료율(내는 돈)과 소득대체율(받는 돈)만 상향 조정한 모수개혁 틀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주4.5일제의 청년세대 부담 경감 취지와 충돌한다.
연금개혁에 있어 장기적 재정 안정을 위한 구조개혁은 추진하지 않으면서 청년층 유권자 표심을 움직이려면 주4.5일제 도입이나마 속도를 내야 하는 셈이다.
이 후보는 “정년연장을 사회적 합의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 경기신문 = 이유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