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9월부터 모든 금융권의 예금보호한도가 1억 원으로 오르면서 금리 경쟁을 통한 자금 이동이 촉진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기준금리 하락세 등 시장 여건을 감안하면 실제 자금 이동은 예상보다 활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신중론이 제기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6일부터 다음 달 25일까지 '예금보호한도 상향을 위한 6개 법령의 일부개정에 관한 대통령령'에 대한 입법예고를 실시한 후 9월 1일부터 시행한다. 이에 따라 오는 9월부터 금융회사나 상호금융 조합·금고가 파산 등으로 인해 예금을 지급할 수 없는 상태가 되더라도 1억 원까지 보호받을 수 있게 된다.
실질적인 자산 보호 범위가 늘어나면서 5000만 원씩 나눠 예치하던 소비자들이 중소형 저축은행 등에 안심하고 돈을 맡길 수 있게 돼 특정 업권으로 자금이 쏠리는 '머니무브'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금융위와 예금보험공사(이하 예보)는 예금보호한도가 1억 원으로 높아질 경우 저축은행 예금이 최대 40% 증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위는 유관기관과 자금 이동 및 시장 영향을 감시하는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한다. TF는 예금자들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고 안정적인 금융사로 예금을 재배치하는 과정에서 유동성·건전성 우려가 발생하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자금 유치를 위한 금리 경쟁이 예상보다 활발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의 금리 차이가 크지 않은 데다 기준금리가 계속 낮아지고 있어 금융사들이 예금을 유치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저축은행의 경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로 인해 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릴 수 없고,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관리로 가계대출을 확장하기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역마진을 감수해 가며 고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이유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한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지금처럼 여신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선 굳이 고금리를 감수하며 자금을 유치할 필요가 없다"며 "예보 한도가 오른다고 해도 실질적인 머니무브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전체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상품의 평균 금리는 2.96% 수준으로 지난 3월 3% 아래로 내려온 후 여전히 2%대에 머물고 있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주요 예금상품 금리(2.55~2.6%)와도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다. 수신잔액을 방어하기 위해 일부 저축은행들이 3%대 초반 금리를 제공하고 있지만 금리 격차를 더 키우긴 쉽지 않아 보인다.
보호한도가 확대됨에 따라 늘어날 예금보험료도 부담이다. 금융당국은 예보와 보호예금 증가로 커질 리스크를 반영해 적정 예금보험료율을 산정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현재 저축은행의 예보료율은 0.4%다. 은행(0.08%)의 5배 이상으로 증권·보험(0.15%)이나 상호금융(0.2%)보다도 월등히 높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고객군이 달라 실제 이동하는 고객이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라며 “경영 부담에 대출이 어려운데 예보율 부담까지 과도해지면 역마진을 감수하고 수신을 유치할 이유가 적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