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엘리트 체육의 기반이 되는 학교운동부가 2019년부터 188개가 해체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도교육청은 G-스포츠클럽 운영을 통해 학교운동부 해체로 인한 공백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안정적 예산 확보가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5일 경기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 내 초·중·고 학교운동부는 2019년부터 2024년까지 6년 동안 총 188개가 사라진 반면 같은 기간 창단된 학교운동부는 17개에 불과하다.
저출산,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자연스러운 결과일 수도 있겠지만, 코로나19 확산과 이재정 전 경기도교육감 탈 엘리트 체육 정책이 학교운동부 감소를 부추겼다는 평가다.
연도별로 보면 2019년 49개, 2020년 43개, 2021년 21개 2022년 30개, 2023년 18개, 2024년 28개의 학교운동부가 해체됐고, 해단 움직임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올해만 해도 5월 기준 8개의 학교운동부가 사라졌다. 학생선수, 전임 지도자의 부재, 선수 수급의 어려움이 학교운동부가 해단된 가장 큰 이유다.
각종 대회서 우승을 휩쓸며 '명문'이라는 칭호를 얻었던 학교들도 이런 흐름을 피해가지 못했다.
'탁구 명문' 문산 수억중 탁구부는 학생선수 부족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로 인해 선수 수급에 문제가 발생한 문산 수억고 탁구부도 해체됐다.
이밖에 하키 명문으로 위용을 떨쳤던 평택여중·고 하키부도 해단됐다.
학교운동부가 줄어들면서 도교육청이 대안으로 제시한 G-스포츠클럽이 증가하고 있다.
G-스포츠클럽은 학교운동부의 한계를 승화시켜 지역과 함께 학교·생활·엘리트 체육을 연계하는 경기도형 운동부 시스템이다. 각 종목의 저변 확대, 학생들의 체육 활동 증대, 엘리트 체육 인재 육성을 동시에 겨냥한 도교육청의 야심찬 프로그램이다.
도교육청과 지자체가 협력해 변화하는 미래 환경에 맞는 스포츠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목적이다.
2018년 10개 시군에서 시작된 G-스포츠클럽은 현재 27개 시군이 참여하고 있으며 135개 클럽이 운영 중이다.
도교육청은 올해 7년 차를 맞는 G-스포츠클럽이 안정화의 길을 걸으면서 학교운동부 해체 공백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초·중·고 학교운동부 중 한 곳에서 운동부가 해체되면 연계성이 무너져 연쇄적인 해체가 발생하는 것을 G-스포츠클럽이 막을 수 있다는 것이 도교육청의 판단이다.
실제 G-스포츠클럽이 해체된 학교운동부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2019년 의정부중 컬링부가 해체된 공백을 의정부 G-스포츠클럽이 메꾸고 있고, 세팍타크로 선수를 육성하던 김포 풍무고의 빈 자리는 김포-G스포츠클럽이 채우고 있다.
학생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종목을 운영해 저변을 확대하고 새로운 스포츠 생태계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평택 G-스포츠클럽은 스키 크로스컨트리를 평택시에 정착시켰다. 평택 G-스포츠클럽은 스키 종목의 저변 확대와 스포츠 복지 실현, 엘리트 선수 육성이라는 3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G-스포츠클럽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그러나 이런 소수의 사례를 제외한 나머지 G-스포츠클럽은 지도자의 고용 불안, 학무보들의 경제적 부담, 훈련장·체육관 대관 문제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이 같은 문제의 원인은 G-스포츠클럽의 안정적인 예산 확보가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G-스포츠클럽은 도교육청과 지자체의 1:1 매칭 사업이다. 시군에서 G-스포츠클럽 예산을 감축하면, 도교육청이 충분한 예산을 확보하고 있더라도 지자체가 편성한 예산에 맞춰 지원할 수밖에 없다.
불과 1년 전 한 시군에서는 G-스포츠클럽 예산을 절반 넘게 삭감해 전일제 지도자들이 시간 강사로 전환된 사례도 있었다. 당시 260만 원의 월급을 받았던 지도자들은 월급이 100만 원 이상 줄어들었다.
훈련장·체육관 대관 문제로 학생선수들이 충분한 훈련을 실시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또, 학부모들은 대관을 위해 십시일반 돈을 모아야 해 경제적 부담이 증가하기도 했다.
안정적인 예산 확보가 보장되지 않는 G-스포츠클럽은 학교운동부를 대체하지 못한다는 게 체육 현장의 목소리다.
G-스포츠클럽 지도자 A씨는 "G-스포츠클럽은 시군 또는 도교육청의 재정 상황에따라 언제든지 환경이 변할 수 있는 불안정한 제도다. 학교운동부를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언제든 예산이 삭감되면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G-스포츠클럽이라는 간판만 유지된 채 학부모들의 기부로 운영을 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도교육청 관계자는 "2025년 도교육청과 시군 보조금이 합쳐지면 G-스포츠클럽 종목 당 5000만 원 이상의 예산이 확보된다"며 "올해 도교육청의 G-스포츠클럽 운영 예산은 38억 5500만 원으로 지난해보다 3억 8500만 원 증감한 수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G-스포츠클럽 도입 초반에는 시군에서 거부감이 있었지만, 지금은 하나의 보조 사업으로 바라보고 있다. 시군체육회도 운동부를 보완해 줄 수 있는 정책에 대해 선호도가 높다"라고 부연했다.
훈련장·체육관 대관 문제에 대해선 "도교육청과 교육지원청이 학교장님을 설득하고 이해시켜서 다 개방을 해 드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광명, 의정부다. MOU까지 맺어가며 대관에 문제가 없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G-스포츠클럽 지도자가 학교운동부 지도자 대우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은 인정하는 부분이다. 처우 개선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면서 "G-스포츠클럽은 아직도 만들어가고 있는 정책이다. 개선이 필요한 점을 개선해 나가면서 완성시키겠다"라고 전했다.
[ 경기신문 = 유창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