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4일, 조지아주 현대차, LG배터리공장 건설현장을 헬기가 뜨고 장갑차가 포위했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의 토끼몰이식 노동자 사냥이었다. 공장을 짓고 있던 475명의 한국과 외국인 노동자들을 체포해 쇠사슬로 굴비 엮듯이 묶어 끌고 갔다. 테러분자들도 아니었고 마약밀매범들도 아니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만든다며 지들이 공장 지으라고 닥달해 울며 겨자먹기로 미국에 보낸 동맹국 기업의 엔지니어들이었다. 이게 다 트럼프의 계획된 쇼였다. 트럼프는 “ICE는 자기 할 일을 한 것 뿐”이라며 “불법체류자들을 쓰지말고 미국인을 고용하라”고 뻔뻔스럽게 눙치고 있다. 노림수는 뻔하다. 관세협상과 투자협정을 미국이 원하는대로 도장 찍으라는 협박이다. 일본은 자동차 15%관세를 위해 진작에 도장찍고 항복했다. 투자금 5500억 달러는 일본이 내고 수익의 90%는 미국이 가져간다. 이건 투자가 아니고 약탈이다.
미국의 약탈은 범세계적이다. 일본에 이어 유럽 7500억 달러를, 외환보유고 4000억 달러인 한국은 3500억 달러를 미국에 퍼붓기로 했단다. 대만도 4000억 달러 플러스 알파 운운하고 있다. 각 나라의 알짜배기 공장이란 공장은 죄다 미국으로 옮겨야 한다. 당장은 억울해도 소용없다. 시장과 안보를 손에 쥔 미국이 무섭기 때문이다. 그런데 계속 미국의 비위를 맞추려니 점점 미국은 강도가 되어간다. 상대의 숨통을 틀어쥐고 동맹국을 갈취하는 이런 약탈적 제국주의라니.. 도대체 왜 이럴까?
세계는 지금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 시대다. “미국이 독일과 일본을 조기에 통제하지 못해 세계는 큰 댓가를 치어야 했다. 중국을 상대로 똑같은 실수를 해서는 안된다”는 스티븐 포브스의 분석처럼 미국의 모든 정책은 중국견제라는 전략적 목표로 귀결된다. 그런데 이 모든 상황조차 미국의 자업자득이다. 2001년 미국은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시켜 관세를 낮추어 줌으로서 세계의 공장으로 만들었다. 20년이 지난 지금 중국은 미국 GNP의 64%까지 따라잡았다. 뒤늦게 미국은 “중국의 도전을 미국 혼자 힘으로 막을 수 없다”고 동맹을 동원해 새 판을 짜고 있다. 이런다고 글로벌 패권의 변화를 막을 수 있을까?
문제는 미국이 화투패를 거꾸로 치고 있다는 점이다. 동맹국의 힘을 모아서 대응해도 시원찮을 판에 트럼프는 모든 동맹국을 갈취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쇠사슬로 위대해지겠다고? 필패의 길이다. 결국 트럼프의 선택은 미국의 쇠락을 가속화하는 역사적 분기점이 될 것 같다. 멸종해가는 공룡을 보존하기 위해 다른 대륙의 공룡을 공수해온들 공룡이 살 수 있는 생태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어쩌나? 미국 비위 맞출려다 한국 경제가 죽을 지경이다. 차라리 이럴 때는 시민들이 반미시위라도 벌여야 정부 협상력이 생길텐데... 그런데 광화문에는 아직도 성조기를 흔드는 노친네들과 극우화된 청년들이 트럼프가 항공모함을 끌고와서 이재명 정부를 몰아내주기를 학수고대하는가 하면 미국까지 떼로 몰려가서 대한민국 얼굴에 똥칠하고 있다. 매국노가 따로없다. 어쩌면 미국은 그들을 믿고 저러는지도 모른다.
대한민국은 지금 내란도 불사하는 극우세력과 약탈적 제국주의라는 내우외환의 위기국면이다. 이러다간 미국보다 우리가 먼저 망할 판이다. 모두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