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전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에 대한 각종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한학자 통일교 총재의 자진 출석 의사와 상관없이 법과 원칙에 따른 수사를 강조했다.
16일 한 총재 측은 17일 오전 10시 특검팀에 출석해 성실히 조사받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 총재 측은 지난 8일과 11일, 15일 특검팀의 출석 요구를 건강상의 이유로 불응했는데, 특검팀이 체포 등 강제조치를 검토하자 자진 출석하겠다고 입장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특검팀은 전날인 15일 브리핑을 통해 "자진 출석 의사와 상관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 일정을 검토하고 진행할 예정"라고 밝힌 입장을 유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특검팀은 브리핑에서 한 총재의 자진 출석에 대해 "피의자 측에서 알아서 하면 될 일"이라면서도 "우리가 필요한 조사가 있었던 것은 사실인 만큼 (실제로 출석한다면) 조사를 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매번 조사 직전에 일방적으로 불출석한 한 총재 측과 더는 소환 일정을 조율하지 않겠다고 원칙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 총제는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모 씨(구속기소)와 공모해 2022년 1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윤석열 정부의 통일교 지원을 요청하며 정치자금 1억 원을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같은 해 4∼7월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통해 김 여사에게 고가 목걸이와 샤넬백을 건네며 교단 현안을 청탁한 데 관여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지난 7월 18일 가평에 있는 한 총재 거처 '천원궁'과 서울 용산구 소재 한국본부 등 통일교 시설 10여 곳을 압수수색하고, 권 의원과 전 씨 등 주요 관계자를 차례로 소환해 조사했다.
이후 윤 씨와 김 여사를 기소하며 공소장에 한 총재와의 연관성을 적시했다. 윤 씨 공소장에는 윤 씨의 청탁과 금품 전달 행위 뒤에 한 총재의 승인이 있었다는 내용이, 김 여사 공소장에는 한 총재가 본인의 목표였던 '정교일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접근했다고 명시됐다.
한 총재와 통일교 측은 청탁과 금품 제공 행위가 윤 씨 개인의 일탈일 뿐 교단 차원의 개입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 '삼부토건 주가조작' 도주했던 이기훈 부회장 첫 소환
특검팀은 주가조작 의혹 관련 구속된 이기훈 삼부토건 부회장을 처음으로 소환했다.
이날 이 부회장은 오전 9시 45분쯤 특검팀 사무실에 출석했다. 그는 이울준 삼부토건 회장과 이응근 전 대표, 조성옥 전 회장 등과 2023년 5∼9월 삼부토건 주가조작에 가담해 369억 원 상당의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당시 삼부토건 측은 2023년 5월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을 추진할 것처럼 투자자들을 속였고, 한 주당 1000원 상당이었던 삼부토건 주가는 2개월 뒤 5500원으로 급등했다.
이 부회장이 삼부토건 주가조작 관련 지분 거래 과정을 주도한 인물로 꼽힌다. 그가 2022년 6월 우크라이나 재건을 논의하는 세미나 개최 사실을 인지하고 관련 포럼에 참석해 사업을 홍보하는 방식의 주가조작을 처음 기획했다는 게 특검팀의 판단이다.
특검팀은 지난 7월 14일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이 부회장은 같은 달 17일 예정된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하지 않고 잠적했다. 이후 잠적 55일 만인 지난 10일 전남 목포에서 검거됐다. 검거 이튿날 특검팀은 이 부회장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재청구했고, 법원은 두 번째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영장을 발부했다.
특검팀은 이날 조사를 통해 삼부토건 주가조작의 전모를 밝히는 한편 조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에 대한 첫 구속영장을 청구할 당시 조 전 회장에 대한 영장도 청구했으나 법원은 기각했다.
삼부토건과 유사한 방식으로 주가조작이 이뤄진 것으로 보이는 웰바이오텍에 관해서도 캐물을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웰바이오텍 회장직을 겸하고 있다.
웰바이오텍은 삼부토건과 함께 2023년 5월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참여할 것처럼 투자자들을 속여 시세를 조종했고, 투자자들은 약 400억 원의 시세차익을 얻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주가조작 의혹에 김 여사가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사실이 있는지 등을 규명하는 데도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 선물 자리 동석한 함성득 원장 소환
특검팀은 이날 '서희건설 매관매직 의혹'과 관련 함성득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했다.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이 김 여사와 인연을 맺은 경위 등을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함 원장은 2022년 3월 이 회장이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 등 귀금속을 선물하며 맏사위인 검사 출신 박성근 변호사가 공직에서 일할 기회를 달라는 취지로 청탁한 자리에 동석한 인물로 알려졌다. 다만 이 회장이 김 여사에게 목걸이 등을 건네는 것은 보지 못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 경기신문 = 박진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