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해 운영되는 ‘1372 소비자상담센터’가 사업장 폐업으로 피해를 본 소비자에게 오히려 “본인 과실”이라며 책임을 전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피해 구제의 최전선에 있는 기관이 소비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한다.
24일 제보자 A씨에 따르면, 경기 용인시 기흥구의 한 셀프세차장을 이용하던 제보자 A씨는 지난 5월 31일 사업장이 갑작스레 문을 닫으면서 충전식 세차카드에 남아있던 잔여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장기간 출장으로 뒤늦게 폐업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정상적으로 운영되던 곳이 이렇게 갑자기 문을 닫을 줄은 몰랐다”며 황당함을 토로했다.
A씨는 피해 구제를 위해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 문의했으나, 녹색소비자연대 인천 소속이라는 상담원 B씨로부터 “도와줄 방법이 없다”는 답변과 함께 “폐업 사실을 늦게 알게 된 것은 소비자 본인 과실”이라는 말을 들었다.
A씨는 “피해자는 나인데 오히려 꾸중을 듣는 기분이었다”며 “소비자 권익 보호 기관이 이런 태도를 보이는 게 더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1372 소비자상담센터는 공정거래위원회 주관 아래 17개 광역지자체가 함께 운영하는 국가 차원의 소비자 상담 시스템이다. 법적으로 상담원이 직접 환급 권한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피해 최소화를 위한 안내와 지원은 기본 책무로 꼽힌다.
한 소비자 단체 관계자는 “1372 상담센터는 소비자 피해 해결의 첫 관문”이라며 “문제 해결은 외면하고 소비자 과실만 강조하는 것은 기만”이라고 꼬집었다.
최근 헬스장·필라테스 등 회원제 업종을 중심으로 선불금 ‘먹튀’ 피해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이번 사례는 제도적 허점을 드러낸다. 충전식 선불카드는 사업장이 폐업하면 환급이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있다. 형사 고발이나 민사 소송이 가능하지만 시간과 비용 부담이 크다. 법원의 지급명령 제도를 활용할 수는 있으나 폐업 업주의 거주지 등 개인정보 확보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선불충전금 보증 의무화, 폐업 가맹점 환불 절차 강화, 상담원 응대 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한 소비자의 피해를 넘어, 소비자 권익 보호 기관의 신뢰도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녹색소비자연대 관계자는 “상담원의 발언은 표현 방식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소비자 피해에 공감하지 못했다는 인상을 줄 수 있었다”며 “이 부분을 다시 한번 공지해 같은 사례로 인한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