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9월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650만 명을 넘어섰다.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은 물론, 연간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가능성도 커졌다. 유통·면세업계는 이른바 ‘관광 특수’를 잡기 위한 전면전에 돌입했다. 이번 회복세의 중심에는 ‘K-뷰티’가 있다.
특히 K-ETA(전자여행허가제) 제도 도입으로 입국한 태국·말레이시아·카자흐스탄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업계는 이들을 핵심 소비층으로 겨냥한 맞춤형 프로모션을 강화하고 있다. 단체관광보다 자유여행(FIT) 비중이 높아지면서 소비 구조도 빠르게 재편되는 추세다.
‘K-뷰티’ 열풍의 최전선은 올리브영이다. CJ올리브영에 따르면 명동 플래그십 스토어 등 주요 상권에서 외국인 매출 비중은 2023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한 자릿수에 불과했지만, 올해 2분기에는 처음으로 30%를 넘어섰다.
CJ올리브영은 태국어·베트남어 등 다국어 안내 서비스와 즉시 세금 환급 시스템을 확대하며 외국인 고객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NS에서 인기를 얻은 K-뷰티 브랜드를 직접 찾는 외국인 고객이 급증하고 있다”며 “명품 대신 중저가 인디 브랜드와 마스크팩, 대용량 스킨케어 등 실속형 제품이 주력 품목으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면세점과 백화점 업계도 K-ETA로 입국한 자유여행객을 공략하기 위한 혜택 경쟁에 돌입했다. 롯데·신라면세점은 태국·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통화에 대한 환율 우대와 함께, 일정 금액 이상 구매 시 최대 수십만 원 상당의 선불카드를 증정하는 행사를 진행 중이다.
롯데백화점은 K-ETA 승인 내역을 제시한 외국인 고객에게 추가 할인 쿠폰과 사은품을 제공하며 외국인 전용 마케팅을 강화했다. 명품·시계·보석 등 고가 카테고리에서도 외국인 구매 비중이 늘면서, “환율 혜택과 간편 결제 시스템이 구매 전환율을 높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관광 회복세를 단기 반등이 아닌 ‘한류 소비의 구조적 확산’으로 본다. K-콘텐츠의 글로벌 인기가 ‘한국 쇼핑’으로 이어지며 소비 중심이 자연스럽게 K-뷰티로 이동했다는 분석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 증가가 단순한 방문객 수 확대를 넘어 소비 패턴의 재편을 이끌고 있다”며 “관광객은 이제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한국 문화를 경험하고 공유하는 주체로 바뀌었다. 이에 맞춰 상품 큐레이션과 간편 결제, 글로벌 고객 관리 시스템을 강화하는 것이 필수 과제”라고 말했다.
한편 CJ올리브영은 최근 ‘APEC 특수’ 효과도 보고 있다. 경주 관광의 핵심지인 황리단길의 올리브영 경주황남점은 지난달 29일 기준 외국인 방문객 수가 전주 대비 77% 급증했다. 특히 캐롤라인 레빗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해당 매장을 찾아 제품을 직접 구매하고 인증 사진을 남겨 화제가 됐다.
업계는 APEC 개최와 연말 쇼핑 시즌이 맞물리며 외국인 관광 소비가 한층 더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제 한국 쇼핑은 ‘한류의 연장선’이자, 세계 관광객이 가장 먼저 찾는 K-콘텐츠의 현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경기신문 = 박민정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