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03 (수)

  • 맑음동두천 -2.7℃
  • 맑음강릉 -0.8℃
  • 맑음서울 -3.5℃
  • 맑음대전 0.8℃
  • 맑음대구 2.1℃
  • 맑음울산 2.9℃
  • 구름조금광주 2.5℃
  • 맑음부산 6.9℃
  • 구름조금고창 0.9℃
  • 제주 6.3℃
  • 맑음강화 -4.3℃
  • 맑음보은 -1.7℃
  • 맑음금산 0.0℃
  • 구름많음강진군 2.5℃
  • 맑음경주시 2.7℃
  • 맑음거제 4.7℃
기상청 제공

[단독] “기둥 검사 조작했다”…양산 금호리첸시아 시공 하자 은폐 의혹 폭로

8500만 원 지급 정황·감리 ‘사진 대납’까지…제보자 “자수할 것”

 

경남 양산 ‘양산 금호리첸시아 시그니처’ 공사 현장에서 시공 과정의 심각한 하자를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시공사 금호건설이 현장 부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도록 전(前) 근로자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주장까지 나오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해당 현장은 과거 유령 직원 급여 횡령, 현장 내 배변 방치 등 여러 구설이 반복돼 왔다.

 

3일 경기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2022년 이 현장에서 자재 관리를 담당했던 근로자 A씨는 금호건설로부터 약 85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현장에서 발생한 문제를 외부에 알리지 않는 조건이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금호건설 관계자와 A씨가 작성한 확약서에는 ‘언론·양산시청·관계기관 등 외부 제보 금지’, ‘금호건설 관계자에게 전화·면담 요청 금지’ 등의 조항이 명시돼 있었다.

 

 

A씨 주장에 따르면 당시 현장에서는 물 고임, 기초부 손상 등 구조적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했다. 그는 “문제를 제기했지만 회사는 ‘조용히 넘어가 달라’고 요구했고, 뒤이어 금전 지급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특히 기둥 안전성과 관련한 폭로가 충격을 더한다. A씨는 기초부와 암반을 연결하는 철근 구조물에 이상이 있었고, 일부 기둥은 안정성 검사에서 기준에 미달했지만 “공사 지연을 우려해 테스트 결과를 조작해 서류를 다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문제 있는 기둥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고도 했다.

 

102동 영구배수 시설 누락 문제도 제기됐다. 그는 “타워크레인 설계 변경 과정에서 영구배수 시설이 빠졌고, 이로 인해 지반 약화 및 붕괴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감리단의 감독 책임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A씨는 “감리단이 기초 검수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내가 현장에서 찍은 사진을 보내면, 감리단이 이를 다른 날짜·다른 장소에서 검수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제출했다”고 말했다. 감리 제도의 근본적 문제를 드러내는 대목이다.

 

양산 금호리첸시아 시그니처는 지하 4층~지상 44층, 2개 동, 전용 84㎡ 237가구 규모로 지난해 6월부터 입주가 시작됐다. 제보 내용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시공사뿐 아니라 관리·감독 체계 전반에 대한 정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호건설은 이번 의혹에 대해 별도의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한편 A씨는 조만간 경찰에 자수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금품 수수 과정에서 자신도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며 “더 이상 혼자 감당할 수 없다”고 주변에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A씨의 자수가 금호건설의 부실 은폐 의혹 전반을 공식 수사 단계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 경기신문 = 박진석 기자 ]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