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청이 매년 800억 원 넘는 예산을 투입하는 ‘무상교복’ 정책이 제도 미비로 인해 사실상 해외 공장 지원사업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동남아에 대형 생산시설을 둔 특정 외국산 교복업체가 학교 입찰에서 독주하는 동안, 국내 공장은 폐업·구조조정으로 급속히 무너지는 상황이다. 제도 개선을 통해 혈세가 해외로 줄줄 새 나가는 일은 막아야 한다. 교육 당국은 국내산·외국산을 구분해 관리할 장치를 하루빨리 마련해야 마땅할 것이다.
경기신문 취재에 따르면 경기도교육청은 2019년 이래 무상교복 정책에 매년 수백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올해는 중·고등학교 신입생 1명당 40만 원을 지원해 총 816억여 원을 투입했다. 그런데 이 세금은 대부분 외국산(인도네시아산) 교복업체의 수익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무상 교복을 수주한 해당 업체는 올해만 경기도에서 90억 원, 전국에서 180억 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경기도 기준 2020년과 비교했을 때 125% 증가한 금액으로, 매년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높이고 있다. 무상교복 지원금의 상당수가 인도네시아 의류 공장의 수익으로 직결되는 셈이다.
2017년에 사업을 시작한 외국산 업체가 빠르게 시장을 과점할 수 있었던 이유는 세금 유출을 방지하는 경기도교육청의 장치가 미비했기 때문이다. 현재 교복 구매는 교직원·학부모·학생 등으로 구성된 교복선정위원회가 직접 업체와 계약하는 ‘학교주관구매’ 방식으로 이뤄진다. 그런데 계약 업체를 정할 때 적용하는 경기도교육청의 가이드라인이 국내산과 외국산을 가려낼 변별력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원산지 증빙서류를 제출하지 않으면 큰 점수를 감점해 입찰에서 배제함으로써 국내산 업체를 보호하는 기준을 둔 교육청은 인천시교육청이 유일하다. 경기도교육청을 비롯한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은 이 같은 기준을 마련하지 않아 경기도를 비롯한 전국 모든 지역에서 똑같은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더욱이 2단계 평가는 ‘블라인드 심사’여서 원산지와 업체명을 확인할 수 없다. 전문가가 아닌 교복심사위원회가 국내산과 외국산의 품질 차이를 판별하는 일도 불가능하다. 심지어는 외국산 업체가 원산지를 대한민국산으로 표시했다가 실제 납품 시점에 인도네시아산으로 바꾸는 ‘원산지 바꿔치기’ 사례도 즐비하다. 결과적으로 단가가 국내산보다 약 30% 저렴한 외국산 업체가 학교 입찰 경쟁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한 구조인 것이다.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공공재’ 산업은 국내산 운용이 일반적이다. 세금을 들여 자국 내 기업을 보호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경찰복, 군복, 소방복과 같은 공공성을 띤 의상 산업도 이 원칙을 준수한다. 교육부 역시 교복을 공공재로 보고 가격관리 대상으로 삼고 있다.
지난해부터 교복을 의무화한 프랑스가 자국 내에서 생산한 교복만 허용해 일자리 창출 효과를 도모하고 있는 상황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2017년 외국산 교복업체가 최저가 낙찰 경쟁에 뛰어들면서부터 기존 국내산 업체들의 매출은 급락했다. 경기신문 취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국 국내 섬유·봉제 공장 23곳 중 3곳이 폐업했다. 전국 근로자 1641명 중 496명(30%)이 일자리를 잃었다. 경기도에서도 52명(31%)이 실직했다. 국내 공장 대다수가 대규모 적자를 떠안고 있으며 폐업 위기에 놓여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해외 상품의 저가공세 쓰나미에 휩쓸려 국내 산업이 초토화되는 상황은 어제오늘의 낭패가 아니다. 적어도 혈세가 투입되는 소비만큼은 국산이 우선권을 갖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하루빨리 허술한 시스템을 촘촘히 정비하여 자라나는 아이들이 입는 교복까지 외국산에 점령당하는 모순은 개선돼야 할 것이다. 최소한 ‘무상교복 지원’만이라도 ‘국산’의 자존심을 지키도록 개선되는 게 맞지 않나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