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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공업지역 50%의 경고, 제물포구 산업 위기 극복해야

인천 동구는 수도권 철강 산업의 심장부다. 동구의 아침은 오랫동안 철강의 뜨거운 숨결과 함께 시작됐다. 거대한 굴뚝에서 피어오르던 연기와 공장의 소음은 단순한 소음이 아니었다. 그것은 도시의 엔진이 오늘도 힘차게 돌아가고 있다는, 안도감 섞인 신호였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현 동국CM) 등 대한민국 산업화의 뼈대를 세운 기업들이 자리한 이곳은 동구의 오늘을 지탱해 온 경제적 근간이자 자부심이었다.

 

새롭게 출범할 제물포구(동구·중구)는 전체 면적의 50% 이상이 공업지역으로 이루어진 도시다. 도시의 절반 이상이 산업 현장이라는 사실은 지역의 운명이 입주 기업들의 흥망성쇠와 궤를 같이하며, 주민들의 삶이 ‘양질의 일자리’ 확보에 달려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지금, 그 견고하던 심장 박동에 이상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현대제철 인천공장이 최근 건설 경기 침체와 저가 중국산 철강의 공세로 인해 철근 생산 설비 일부를 폐쇄하기로 결정하며, 연간 생산량이 160만 톤에서 80만 톤으로 ‘반 토막’이 났다. 동국제강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면적의 절반 이상을 산업에 내어준 우리에게 철강 산업의 위기는 곧 경제적 질식이자, ‘도시 소멸’의 전주곡이다.

 

필자가 동구청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철강 산업은 도시를 지탱하는 버팀목인 동시에 주민들과 함께 해결해야 할 환경적 과제였다. 기업이 지역 경제에 기여하는 만큼, 공정 과정의 환경 이슈는 주민의 삶의 질과 직결된 민감한 현안이었다. 당시 우리는 기업에 환경 개선을 위한 강력한 투자를 요구했고, 기업 역시 이에 응답하며 상생의 길을 모색해 왔다.

 

그러나 지금의 설비 폐쇄는 그동안 쌓아온 ‘상생의 노력’마저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공장이 가동을 멈춘다는 것은 환경 개선을 위한 설비 투자와 친환경 공정으로의 전환 기회조차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진정한 환경 정의는 단순히 공장의 문을 닫는 것이 아니다. 기업이 지역에 남아 탄소중립 시대에 걸맞은 ‘그린스틸’ 생산 기지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우리 아이들을 위한 좋은 일자리를 지켜내는 데서 완성된다.

 

다행히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책을 마련 중이다. 최근 구윤철 부총리가 인천을 찾아 지역 산업 현안을 살피며 ‘산업위기선제대응지역’ 지정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이 그 신호탄이다. 국회에서도 허종식 국회의원이 ‘K-스틸법’ 통과 등 실질적인 대책 마련에 앞장서고 있다.

 

반면,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인천시의 행보에는 산업 정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크다. 정부의 결정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인천시 차원의 자체적인 대책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되어 회복 동력을 가동 중인 타 지역과 비교하면 인천시의 대응은 답답하기만 하다.

 

유정복 시장의 생활 밀착형 정책들의 가치를 폄훼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도시의 뿌리인 산업 기반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행정의 우선순위는 더 냉철해야 한다. 뿌리가 썩어가는데 꽃잎에만 물을 준들 그 아름다움이 얼마나 가겠는가. 산업이 무너지고 일자리가 증발하는 순간, 주민들의 소박한 일상 자체가 통째로 사라질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지금 인천시에 필요한 것은 ‘지정 검토’가 아니라 ‘전격적인 실행’이다. 인천의 철강 이슈는 단순한 기업의 문제를 넘어 제물포구의 역사이자 주민의 삶이 달린 문제다. 환경과 경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라도 기업의 설비 투자를 유도하고 산업 위기를 극복할 구체적인 시 차원의 정책을 즉각 가동해야 한다. 좋은 일자리를 확보하고 지키는 것, 그것이 곧 제물포구의 미래를 여는 유일한 길이다. 위기는 시간을 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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