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와 공기업을 포함한 공공기관들이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마련한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판로지원법)’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로 인해 중소기업들의 판로가 막히고 매출이 급감하는 등 피해가 잇따르고 있어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17일 경기중소벤처기업연합회와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등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와 정부 산하 공기업 등 각급 공공기관에서는 판로지원법에 의거, 매년 공공기관별 구매 목표와 실적을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사전협의’라는 편법과 미미한 제재로 인해 중소기업 육성이라는 당초 취지에 맞지 않을 뿐더러 실효성도 떨어져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현행 판로지원법은 공공기관이 총 구매액의 50% 이상을 중소기업 제품으로 구매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실제 최근 5년간 전국 각급 공공기관들의 중소기업 제품 구매 미달 규모는 총 6조 3000억 원에 달하고 있다. 매년 수천억~수조 원 규모의 구매 공백이 발생했고, 미달 건수는 총 102건에 이르고 있다.
이런 현상은 산업통상부 산하 기관들에게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의 경우 2020년부터 4년 연속 미달됐으며, 한국가스공사는 3년 연속 미달을 기록했다.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법정 비율이 50%이긴 하지만, 단서 조항에는 공공기관들이 구매를 못할 경우 비율 조정이 공공기관마다 다르다"면서 "미달 이후 법정 비율을 달성하고 있다. 기준을 충족해서 계약이 잘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일부 지자체와 공기업들은 중기부에 매년 구매계획을 제출하고 실적 보고도 해야 하지만, 사업 특성(건설·수자원 분야 대형 자재 구매 등)을 이유로 내세워 목표 비율을 사전협의로 대폭 낮춘 뒤 ‘초과 달성’으로 포장하는 편법을 쓰고 있다.
중기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이런 방법으로 처리된 금액만 4조 2116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도에 가설재를 제작·판매하는 A기업 대표는 "공기업임에도 불구하고 판로지원법을 지키지 않고 있는 곳이 허다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예산 편성 때는 조달청에 올라와 있는 금액으로 잡지만 실제 발주 단계에서 가설재를 제외하고 분리 발주하거나 시공사에 통으로 맡기면 공공조달이 아닌 사급 시장으로 전환돼 버린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방식은 안전 문제까지 우려되고 있다.
시공사들이 최저가 위주로 자재를 구매하다 보니 조달청이 권고하는 두께·규격 기준에 미달하는 제품을 사용하거나, 심지어 사용 후 재활용 자재를 쓰는 사례마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기업 등은 공공기관 평가에서 중소기업 제품 구매실적이 미진할 경우 불이익을 받는다.
문제는 제재의 실효성이다. 판로지원법 위반 시 경영평가에서 감점이 부과되지만, 실제 반영 점수는 0.03점대에 불과해 ‘솜방망이’ 수준이다.
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 관계자는 “공공기관이 법을 지키지 않으면 중소기업은 대기업 납품이나 수출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최화철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