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가 있는 저녁 /김민지 빗물이 마른 나무를 계속해서 찌른다 봄날의 저격수인가 꽃들의 수혈인가 세상이 폭탄 터지듯 온통 붉다, 온통 저리다 뼈 없는 마음으로, 가장 느린 걸음으로 속내를 감추고, 울음도 감추고 정처는 동가식서가숙 홀가분하겠네 쓸쓸하겠네 - 시조집 ‘타임머신’ 이른 봄, 아직 나무가 눈을 뜨지 않았는데 봄비가 내린다. 죽은 나무에게 수혈하듯이 단비가 계속해서 내린다. 미동도 없던 나무에서 톡, 톡, 꽃눈이 떠지고 세상이 온통 환해진다. 온 몸이 저릿저릿 전기가 통하고 일제히 세상은 꽃의 터널 속으로 진입한다.그러나 한편에서는 세상 가장 느린 걸음으로 한 세상을 지나가는 목숨이 있다. 누구도 눈길 한 번 주지 않는데 오늘은 이곳에서 하루를 보내고 내일은 저곳에서 또 하루를 보내고, 아무것도 욕심내지 않으니 얼마나 홀가분할 것인가. 와옥(蝸屋) 한 채가 전부이니 더 무엇을 가진다 해도 짐만 될 뿐이다. 그러나 봄날은 짧고 환장할 봄날을 혼자 지나가는 일이란 또 얼마나 쓸쓸할 것인가. 아무 것도 욕심내지 않으니 성낼 일은 없지만 어찌 울음마저 없으리. 정처가 없으니 서두르지 않아도 되지만 이슬 내리는 하룻밤은 어찌 외롭지
얼굴의 기색(안색)은 그날 날씨와 같다. 오랜만에 사람을 만나면 인사를 나누고 상대방의 얼굴을 보고 안부를 묻게 된다. 비록 그 사람의 이런저런 사정은 알 수 없다 하더라도 기색으로도 그간 사정이나 기분을 짐작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얼굴은 우리 몸속의 오장육부 상태를 그대로 드러내 주는 거울이기 때문이다. 얼굴은 인체 내의 기와 혈이 운행하는 통로인 경맥들이 모였다 흩어지는 곳으로, 오장육부가 몸 구석구석까지 연결되지 않은 곳이 없다. 얼굴 부위 중 눈은 간, 입은 비위, 코는 폐, 콧구멍은 방광, 혀는 심장을 나타낸다. 오장의 기운은 이목구비(耳目口鼻)를 통해 나가고 들어 오고를 반복한다. 기(氣)는 피부 안에 머무르는 것을 말하며, 밖에 표출된 것을 색(色)이라 한다. 기색의 근본은 혈(血)인데, 혈이 좋아야 기색이 빛이 난다. 혈은 피부 안쪽에서 밖으로 은은하게 선홍색을 띠면서 퍼져 나와야 좋다. 피부 속의 혈색이 어두우면 기가 체한 것이고, 피부 바깥에 흑·적색으로 나타나면 혈이 체하여서 탁해진 것으로 건강이 좋지 않다. 같은 사람이라도 감정의 변화나 건강 상태에 따라 수시로 얼굴빛이 바뀐다. 인상학에서는 관형찰색(觀形察色)이라고 하여
우리나라 국민의 행복지수는 OECD국가 중 꼴찌라고 한다. 왜 그럴까? 필자는 여유롭지 못한 삶에서 오는 피로감이 많아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누구나 여유롭고 넉넉한 삶을 살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기 위해 산다고 말한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실제 삶에서는 행복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소유한 것을 지키고자 애를 쓰며, 더 많은 것을 소유하고픈 욕망에, 잃어버리면 안 되는 소중한 것을 희생하면서까지 손에 쥐고자 한다. 그런데 내가 먼저 손 내밀면 행복은 천개의 얼굴로 온다고 한다.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누군가에게 내가 먼저 다가갈 때 어디선가 날개 짓하며 다가오는 기쁨을 경험하게 된다. 시간을, 물질을, 땀과 재능을 기꺼이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누는 것이 생활의 생기와 활력소를 제공해주며, 희망이 희망을 잉태하는 갑절이나 더해지는 기쁨과 행복을 선물로 준다. 재물을 나누는 것은 조금 나누는 것이고, 지혜를 나누는 것은 많이 나누는 것이며, 사랑을 나누는 것은 모두 나누는 것이라고 한다. 천사의 말을 할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울리는 꽹과리와 같다고 했다. 지혜보다, 재물보다 더 귀한 것이 넓은 가슴으로 발자국마다에 사랑이라
▲홍철화 경기도시공사 대외협력처장
▲김윤배(㈔한국상품문화디자인학회 회장·대진대 교수)씨 모친상= 30일, 강진군산림조합 추모관 1분향소(전남 강진군 강진읍 해강로 1437), 장지 강진읍 선영 ☎010-3631-1424 삼가 명복을 빕니다
올해 초 경기도의 환경 고민은 ‘다음세대에게 어떻게 물려줄 것인가’에서 시작됐다. 최근 환경공포의 주범으로 급부상한 미세먼지를 줄이기로 잠정 결론냈다. 하여, 지난 3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기업을 포함, 도내 121개 기업 사업장과 ‘숲속공장 조성 협약식’을 체결했다. 그후로 6개월이 지난 9월말 현재 1만4천957그루의 나무가 심어졌다. 올해 목표량인 1만3천602그루 보다 10% 가량 초과한 숫자다. 연말까지 3천39그루가 더 심어질 예정이니 모두 1만7천996그루가 지역 공장 주변에서 숲을 이루게 된다. 지난달 30일 도가 도내 기업들의 나무식재 추진 상황을 중간 점검한 결과다. 이 사업을 추진한 배경에는 ‘도내 공장에서 배출하는 오염물질이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미세먼지 발생원인 가운데 일정부분을 차지한다’는 도의 판단이 있었다. 그래서 ‘공장 주변에 미세먼지 정화 효과가 뛰어난 나무들을 심어 마치 숲속의 공장처럼 환경을 조성하면 공기 질이 개선되고 환경문제도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장 도민들이 느끼는 미세먼지 저감효과는 적겠지만 지속가능한 사업으로 연결된다면 효과를 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장기 프로젝트’로 여겨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는 가구의 아동과 방임아동, 학대받는 아동 등 위기아동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난 7월 31일에는 서울 관악구 봉천동 소재 한 임대아파트에서 북한 이탈 모자가 사망한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들이 최소 2개월 전에 굶주려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점검 결과 관할 구청은 해당가구가 아동수당을 신청할 당시 소득 인정액이 없었음에도 기초생활급여 등 다른 복지급여를 연계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업무량이 폭증했기 때문이라는 해명이 있었지만 굶주림을 피해 목숨을 걸고 탈북한 사람들을 굶어 죽었다는 비난을 피할 수는 없었다. 이를 계기로 정부는 복지 위기 가구에 대한 긴급 실태조사에 나섰다.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대상자를 발굴·지원하기 위한 긴급 실태조사를 각 광역자치단체에 요청했다. 이 모자의 가슴 아픈 소식을 들으면서 떠올렸던 것은 경기도의 ‘민관 협력 아동의 안부를 묻다’ 사업이다. 도는 위기아동을 조기에 발견,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시작했다. 이 사업은 도와 31개 시군이 함께 추진하고 있다. 통·리장이 양육수당을 받는 가정을 직접 방문해 복지사업을 안내하고 아동의 안정적 성장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진행됐다. 그러나 세
필자가 30여년을 공직에 몸담으며 느낀 것은 국가기관 만큼 내·외부 시각의 온도차가 극명하게 갈리는 조직이 있을까 하는 것이다. 지난 50년간, 공무원의 헌신과 노력이 국가발전에 기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공직사회가 복지부동하고 무사안일에 젖어 있다는 외부 비판도 적지 않았다. 굳이 공무원의 입장에서 변론 해보자면, 공무원이 행정행위를 행함에 있어 법령의 적용과 해석이 적합하고 적절했는지 국회, 감사원 등으로부터 수시로 검증을 받아야 하며, 국가행정의 대부분은 재량권이 허용되지 않는 기속행정이기 때문에 실무자가 적극적인 행정을 펼치는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인적부담을 강제하는 병무행정은 이러한 경향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날 수 있다. 최근 정부는 ‘적극행정’을 정부의 핵심정책으로 추진하면서 그동안의 소극행정 행태와 관행을 면밀히 분석해 종합대책을 마련했고, 지난 7월 전 부처에서 추진해야 할 세부과제들을 체계적으로 담은 ‘적극행정 운영규정’을 제정했다. 이로써 그간 적극행정 추진에 장애요인으로 지적돼 온 일선 공무원들의 부담감을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예를
궤도 /유희주 살아만 있어도 본전이다 언제든지 장사를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배곯지 않으면서 순한 마음 유지하면 아주 큰 이문을 남긴 것 달이 배불렀다 훌쭉했다 반복해도 늘 환한 것처럼 궤도에 머물기만 하면 된다 - 유희주 시집 ‘소란이 환하다’ 무한경쟁 자본주의는 끊임없이 우리에게 궤도이탈을 유도한다. 그것은 궤도를 이탈해서 앞서가지 못하는 절대다수의 우리들을 낙오자로 낙인찍기도 한다. 언제나 죽도록 배부르게, 본전의 곱절 이상의 이문을 위한, 독한 마음을 강요한다. 살아있음을 느낄 겨를도 없게 한다. 그러나 살아만 있다면 언제든 장사는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그건 적자가 아니다. 거기에 순한 마음마저 유지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큰 이문은 없을 것이다. 우리는 궤도에 머무르는 것으로 충분하다./김명철 시인